"며칠 전 사소한 문제로 친구랑 다퉜어요. 어떻게 하죠?"(한 여고생) "친구는 소중한 존재란다. 네가 먼저 ‘미안해, 다시는 싸우지 말자’고 말해 보렴. 그 친구도 분명 좋아할거야."(스쿨 폴리스)
학교폭력 예방이냐, 교권 침해냐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스쿨 폴리스(School Police)가 2일부터 부산에서 전국 처음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전직 경찰과 교사 등 2인 1조로 구성된 스쿨 폴리스가 시범 운영되는 학교는 초등학교 1곳과 중학교 3곳, 고교 3곳 등 모두 7곳.
3일 금정구 서동 금정전자공고에서 이틀째 근무한 전 교장 임무부(60)씨와 전 경찰관 정상규(57)씨 등 스쿨 폴리스 2명의 눈빛은 예사롭지 않았다. 오전 7시30분께 출근을 서두른 이들은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 제도의 전국 확대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은 출근 후 우선 교사들과 인사를 나눈 뒤 옥상 등 학내 사각지대나 화장실 등을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임씨는 "아이들이 스쿨 폴리스에 거부감을 느껴서는 안 된다"며 "아이들에게 먼저 ‘최신’ 농담도 건네며 친해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근무 첫날인 2일 아이들 하굣길을 따라가 주변 유흥업소 등을 파악하느라 비지땀을 쏟았다는 정씨는 "학교 측에서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뒷받침해주고 있어 힘이 난다"고 말했다.
문영배(58) 교감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대부분 거부감 없이 스쿨 폴리스 제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7일 강당에서 학생 전체 모임 때 두 분을 소개하고 충분히 제도의 취지 등을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은 스쿨 폴리스를 위해 별도로 10평 규모의 상담실을 마련했으며, 학부모 등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기도 했다. 5년째 생활지도부장을 맡고 있는 김만곤(47) 교사는 "학부모와 교사, 학생들의 호응이 좋아 일단은 성공적이라고 본다"며 "학교폭력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어 상당히 효과적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부산진구 양정동 동호정보고 스쿨 폴리스 주원경(68) 진미찬(59)씨는 "첫날부터 학생들과 고민 상담을 하고 학내는 물론, 학교 뒤편 산비탈까지 둘러보았다"고 말했다. 주씨는 "호기심을 느낀 아이들이 먼저 다가와 이런저런 것을 묻는 데 꼭 귀여운 손자 같았다"며 웃었다. 단짝 친구라는 3학년 조아라(19) 김지현(19)양은 "스쿨 폴리스 아저씨들에 의해 학교폭력이 사라졌으면 좋겠어요"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북구 구포동 양덕여중 이봉욱(58) 교감은 "시행 초기지만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반응을 살펴보니 그동안 내심 가졌던 걱정이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학부모 정모(43·여)씨는 "스쿨 폴리스 제도를 적극 찬성한다"고 운을 뗀 뒤 "부모도 모르게 아이들이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경우는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적극 지지했다.
부산경찰청이 부산시교육청과 함께 7월31일까지 시범 운영하는 스쿨 폴리스는 학내에서 불거지는 학교 폭력을 사전에 차단해 학생들이 안전하게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이 제도를 둘러싸고 교권 침해 논란이 있는 데다 학생들을 ‘예비 범죄자’로 규정, 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국교직원노조 부산지부 관계자는 "제도의 취지와 의도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교권 침해나 학생들의 인권 침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3개월 뒤 시범운영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미비점과 보완책 등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경찰청 등은 시범운영 후 성과를 분석, 평가결과를 최종 발표할 방침이다.
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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