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행정도시 건설과 함께 야심적으로 추진해 온 공공기관 이전계획이 첫 모습을 드러냈다. 건설교통부와 국가균형발전위가 엊그제 국회 건설교통위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180여개 대상 기관 중 한전 주공 토공 도공 등 인원과 예산·납세액이 대규모인 10개 기관은 대전 충남 제주를 뺀 10개 광역시·도에 하나씩 배치된다. 이어 이들을 중심으로 남은 기관을 ▦산업특화기능군 ▦유관기능군 ▦기타로 분류한 뒤 지역균형을 고려해 10~15개씩 패키지로 묶어 시·도가 추진하는 혁신도시에 집단 이전하게 된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계획의 경제성이나 타당성, 혹은 효율성을 다시 문제삼고 싶지는 않다. 통치권 차원의 결정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관점과 철학을 달리하는 찬반논란을 거들어 봐야 실익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갈수록 확대되는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을 시정하려면 경제적 잣대로만 잴 수 없는 혁신적 사고와 사회적 비용이 필요하다고도 믿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미 이전 기관과 지자체의 유치 희망 사이의 엇박자 현상이 심각한 데다 야당은 논의 자체를 아예 거부해 계획 확정 및 실행까지 첩첩산중인 형국이다. 특히 정부가 갈등해소 차원에서 사실상의 강제 교통정리인 ‘일괄배치’ 방식을 택한 것과 이전비용의 적정성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커지면 대형 국책사업이 또다시 표류할 우려도 크다. 이런 정황 때문에 여당내에서도 고민이 많다고 한다. 사안의 성격상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불만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시한폭탄’이란 말도 나온다.
그렇다면 시한에 쫓기듯 일을 처리해선 안 된다. 정부는 31일까지 배치방안을 확정해야 향후 일정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일방적으로 계획을 밀어붙일 경우 ‘행정수도 재판(再版)’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2012년까지 혁신도시 건설비용까지 20조원대의 돈이 드는 대형 사업을 결코 가볍게 다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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