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H여중 국어 교사 윤모씨의 가장 큰 즐거움은 졸업한 제자들이 훌륭하게 성장해 찾아오는 것이다. 재테크에 관심 많은 386 교사답게 저평가 우량종목을 골라내는 일도 그의 큰 즐거움 중 하나다. 국어 교과서나 관련 참고서를 읽지 않을 때는 증권사가 펴낸 상장기업 분석자료를 뒤적이며 ‘흙 속에 묻힌 진주’를 찾는 것이 취미이다.
주식투자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저평가 우량주’라는 대목에서 윤씨가 워렌 버핏의 투자법을 따르고 있음을 눈치 챌 것이다. 그는 1992년 당시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워렌 버핏 투자법을 읽고 난 뒤 워렌 버핏의 신봉자가 됐다. 이후 13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과 함께 스스로 ‘저평가 우량주’를 발굴하고 있다.
투자 방식도 철저히 워렌 버핏의 법칙을 따른다. 우선 목돈을 단 번에 투자하는 대신 월급에서 매월 일정액을 떼어 주식을 사 모으며, 일단 투자를 한 종목은 단기간에 급등락이 있더라도 최소 1년 이상 보유한다.
13년간 워렌 버핏을 추종한 결과는 무엇일까. 윤씨는 구체적인 투자 성적표 공개를 꺼리면서도 "주식에 투자해 손해 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92년 적립식 투자에 들어간 원금이 500만원이고, 그 수익금으로 최근 서울 강남 40평대 아파트 구입대금의 상당 부분을 충당한 것을 감안하면 최소 20배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모 증권사의 애널리스트 박모씨는 과거 자신의 주식투자 사례를 떠올릴 때마다 다시는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S증권에 근무했던 박씨는 당시 회사가 직원들에게 할당하다시피 한 우리사주 증자에 참가하지 않고 끝까지 버텼다. 공모가격이 실제가치에 못 미친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외환위기 직후 주가 급락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마음에 소극적으로 행동했던 것이다. 박씨가 5,000원도 많다고 거부했던 S증권 주식은 현재 2만원이 넘는다.
중학교 국어 교사와 증권사 애널리스트. 당연히 애널리스트가 교사보다 정보가 풍부하고 훨씬 정교한 분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 결과는 정반대다. 주식투자에서 성공하려면 ‘얼마나 아느냐’ 보다는 ‘아는 것을 얼마나 더 충실히 실행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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