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집권 2기 100일을 맞은 조지 W 부시(사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미국 내 평가는 비판 일색이다.
4년 전 첫 취임 100일 평가에서 보여준 62%대의 지지율은 찾아볼 수 없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밖으로 강한 미국을 표방하고, 안으론 관리들에게 엄격한 규율을 요구해 스캔들에 지친 미국인들의 호감을 샀다.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는 최신호에서 2기 100일을 맞은 부시 직무수행 지지도가 50%를 넘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회보장개혁, 보수성향의 연방법관 재임용, 필리버스터(의사방해) 폐지 추진과 의원윤리, 경기악화 등 부시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악재는 도처에 퍼져 있다. ‘민주주의 확대’란 외교적 성과가 있지만, 사상자가 늘어나는 이라크 사태도 여전히 암초다.
집권 2기에 따르는 조기 레임덕을 막기 위해 ‘대담한 것이 더 낫다’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 사태를 악화시켰다. 워싱턴 포스트는 2일 100일 평가에서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선거결과를 잘못 해석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근소한 차로 당선된 부시 대통령은 광범위한 국민의 통치위임을 받았다고 착각하지 말라는 충고다. ‘월권적 사례’로는 여론과 상관없이 밀어붙이는 사회보장개혁안이 꼽힌다. 지난달 21~24일 이 신문이 abc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부방침에 대한 지지는 31%에 그쳤다.
거대 다수당인 공화당도 내분에 휩싸여 있다. 뉴스위크 최신호는 존 볼튼 미 유엔대사 지명자에 대한 조지 보이노비치 공화당 상원의원의 인준 반대 사례 등을 전하며 "의회 정치상황이 대통령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의석이 증가한 공화당이 당내 파벌을 결속하기도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대중적 가치를 잘 대변하는 정당’으로 공화당(38%)보다 민주당(47%)을 꼽은 대답이 더 많아졌다. 재선 승리 이후 부시 대통령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자본을 축적했고, 이제 그것을 쓰겠다"고 말했지만, 지금까진 그 자본을 헛되이 쓴 셈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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