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남녀가 놀이터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앉아 있다. 남자가 여자에게 얼굴을 내밀자, 여자는 머뭇거리다 키스를 받아들인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멜로 드라마다. 그렇지만 남자가 약속이 생긴 듯 여자에게 손짓을 하고 사라지면서 줄거리는 기대를 깬다. 화면에 홀로 남은 여자가 얼굴을 찡그리며 갑자기 침을 ‘퉤’하고 내뱉는다. 별다른 설명은 없지만, 여자가 돈 많은 남자와 억지로 사귀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이 드라마의 전체 길이는 CF와 별 차이가 없는 1분 남짓.
1일 TU미디어의 위성DMB 본 방송이 시작되면서 기존의 안방 TV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프로그램이 뜨고 있다. TU미디어가 송출하고 있는 7개 비디오 채널 가운데 하나인 ‘채널블루’에서는 매일 30분 간격으로 ‘1Minute’이라는 ‘한 뼘 드라마’가 선보이고 있다.
이 드라마는 우선 길이가 1분 안팎이어서 1시간은 족히 걸리는 ‘안방 TV드라마’의 공식을 파괴하고 있다. TU미디어는 "위성DMB 특성상 이용자들이 출퇴근을 하면서 짬을 내 시청하기 때문에 길이를 짧게 만들 수 밖에 없다"며 "주 시청 시간대가 오전 8~9시, 낮 12시~오후 1시, 오후 6시~8시로 분산돼 있어 짧게, 그리고 자주 방송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1Minute’는 내용이 감각적이고도 기존 상식을 뛰어넘는다는 점에서 주 시청자층인 20, 30대 직장인, 대학생들에게 먹혀 들고 있다. TU미디어는 "안방 TV의 주 시청자층인 주부들이 조용하고 고전적인 줄거리를 좋아하지만 위성DMB 시청자들은 상상력이 넘치고 틀에 얽매이지 않는 내용을 선호한다"며 "기존 방송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 때문에 제작을 기존 방송사 인력이 아닌 CF감독, 영화감독에게 맡기고 있다"고 밝혔다. 도준호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위성DMB 서비스의 조기 안착은 시청자들의 선호를 얼마나 빨리 찾아내느냐에 달렸다"며 "DMB 시대에는 형식과 내용면에서 짧고 튀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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