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58번째 헌법기념일을 맞은 일본에서는 어느 때보다도 활발한 헌법개정 논의가 펼쳐졌다. 패전 후 처음으로 국회에서 개헌과 관련한 최종보고서를 결의하는 등 가시적인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개헌 논의는 한층 탄력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 새로운 국면에 진입한 개헌 = 지난달 중·참의원 헌법조사회가 발족 5년만에 정리한 최종보고서를 국회에서 의결한 것은 일본 헌정사상 가장 획기적인 이정표라고 할 수 있다.
금기이던 개헌을 국회에서 자유롭게 논의하고 그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개헌을 위한 정치적 토대를 마련했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진짜 개헌을 향해 달려가는 국면으로 진입한 셈이다.
패전의 상처를 딛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의 하나인 일본의 평화헌법은 오랫동안 국민의 절대 지지를 받아왔다. 그러나 냉전체제의 와해 등 국내외 정세의 변화로 개헌론이 힘을 얻기 시작했고, 현재는 일부 극우·보수층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으로부터도 폭넓게 지지받는 상황이 됐다.
◆ 앞길 험난한 정치권의 개헌 절차 = 다음 단계는 정당이 각자의 개헌안을 정리, 발표하는 일이다. 국회 헌법조사회의 최종보고서가 개헌에 관한 자유토론 내용과 개헌의 방향, 논점을 모은 것이라면, 정당의 작업은 구체적으로 조문화한 개헌 초안을 만드는 것이다. 또 헌법 개정을 위한 절차법인 국민투표법을 제정하는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개헌을 당 강령에 담아 창당한 자민당은 오랫동안 몸을 사려 오다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당 차원의 개헌을 추진해 왔으며, 올해 안에 개헌안 초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제1야당인 민주당은 내년 중에 당 개헌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각 당의 개헌안이 만들어지면 다음은 국회 심리가 기다리고 있다.
이 같은 작업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면 향후 5년 이내에 헌법개정안의 발의(국회의원 3분의2 이상 찬성)가 가능하고, 국민투표도 치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련의 과정은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국민투표법을 둘러싸고도 벌써 각 당간에 첨예한 대립이 벌어지고 있다. 폭발성이 강한 많은 조항들에 대해 각 당이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개헌 공론화 과정보다 훨씬 지난한 작업이다. 일본 개헌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 일본 개헌의 초점 = 일본에게 침략당한 역사를 안고 있는 한국 중국 등 이웃 나라들은 전쟁과 무력, 집단적 자위권을 포기한 헌법 제9조를 없애고 천황을 국가원수로 복귀시키려는 움직임 등에 관해 주목하고 있다. ‘보통국가’가 되기 위한 자연스러운 개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일본의 본심을 파악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일본의 개헌 논의가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으려면 군국주의와 패권주의의 부활을 꿈꾸는 일부 극우·보수 세력의 개입을 배제해야 한다는 게 일반 국민의 목소리이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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