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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칼럼/ 일제잔재 청산, 국사교육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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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칼럼/ 일제잔재 청산, 국사교육부터

입력
2005.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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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말 한 사이트에서 4개 대학 800여명의 대학생에게 설문조사를 했는데 ‘대학가 일제잔재청산운동이 매우 바람직하다’고 응답한 학생이 전체의 71%를 차지했다. 대학생들이 친일파가 잘못됐고 친일청산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서 희망이 보인다.

하지만 ‘친일행위를 했더라도 학교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는 공과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52%의 학생이 공과론을 인정하고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답했다.

친일청산이 옳은 일이긴 한 것 같으나 실제로 자신이 다니고 있는 대학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한 사람을 친일파라고 비판하는 것은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역사에 대한 가치 기준을 제대로 두지 못하고 있는 대학생의 현 주소를 잘 보여주는 결과라 볼 수 있다.

대학생들이 이처럼 친일청산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는 데는 역사 교육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국사를 전공하지 않는 한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간은 중·고교 때인 6년에 불과하다. 수학능력시험에 치이는 학생들은 주요 과목도 아닌 국사에 대해 거의 관심이 없다. 국사에 관심 있다 해도 국사책에서 친일과 일제청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가령 서울대 초대 미대 학장인 장발 교수는 일제에 그림을 그려 바치는 ‘회화봉공’을 맹세한 대표적인 친일파이며, 이화여대 총장을 지냈던 김활란이 일제의 징병제를 옹호하는 글을 남겼다는 것에 대해 아는 대학생들은 드물다.

일제잔재 청산은 부끄럽다고 덮어놓아야 할 문제도 아니고, 오래 전 이야기라고 넘어갈 문제도 아니다.

우선은 올바른 국사 교육이 필요하다. 그와 함께 친일파의 청산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친일파의 잘못을 공감하고 친일파의 후손으로 하여금 정식으로 사과하고 해명할 기회를 주자.

다음 세대에게는 ‘일제청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와 같은 설문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사회를 물려주어야 한다. 현재는 과거로부터 비롯된다. 현재를 바르게 살고 미래를 발전적인 방향으로 계획하기 위해서, 과거를 올바르게 아는 것과, 불명예스러운 과거의 깨끗한 정리는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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