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대우를 받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SK텔레콤의 임원은 되기도 어렵지만, 일단 그 자리에 오른 뒤 유지하기도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삼성전자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상무보에 오른 당시 새내기 임원 49명 가운데 18명이 지난해 말 이전에 중도 하차해 5년 생존율이 60%를 조금 넘었다. 2001년 임원이 된 96명중에는 19명(19.8%)이 4년을 넘기지 못하고 물러났으며 2002년의 55명 가운데에는 이미 5명이 3년을 넘기지 못한 채 퇴임했다.
조사대상 기간 중 새로 임명된 임원 중 명단에서 사라진 사람들의 평균 재직기간은 2∼3년이며 짧게는 1년만에 ‘상무보’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탈락한 경우도 상당수다.
삼성그룹의 후계자인 이재용씨는 2001년 상무보로 출발한 뒤 2년만에 바로 상무로 승진한 뒤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재용씨와 같이 상무보가 된 임원 중에 1년만에 상무로 승진한 경우는 극소수이며, 2002년 신규 임원 가운데 겨우 3명만이 상무로 승진한 것과는 큰 차이다.
현대자동차는 임원 물갈이 속도가 삼성전자보다도 빨랐다. 2001년에 대규모 승진 인사가 단행돼 47명이 새로 임원직에 올랐으나 지난해 말까지 생존자는 25명에 불과했다. 또 2002년에 임원으로 선임된 31명 중 생존자는 18명(58.0%)으로 3년만에 40%가 떨어져 나갔으며 퇴직자의 평균 임기는 1.31년이다.
SK텔레콤의 경우 임원 숫자가 늘어나고 있으나, 물갈이 속도는 시간이 갈수록 빨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1999년말 현재 비상임이사를 제외한 임원은 총 42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2000년말에도 임원 자리를 유지한 사람은 29명이었다. 또 2000년말 현재 임원이었던 46명 가운데 1년 뒤에도 자리를 보전한 사람은 34명으로 1년간 생존율이 73%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연초 SK텔레콤에서 새해를 맞았던 70명의 임원 중 21명이 연말까지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이에 따라 1년간 임원 생존율도 70%로 하락했다. 최근 4년간 임원 숫자가 대폭 늘어나기는 했으나, 생존율은 오히려 하락해 연간 물갈이 속도가 그만큼 빨라진 셈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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