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시작한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에서 북한 이란 등 핵개발을 추진하는 ‘불량국가’에 대한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려던 미국이 오히려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세계 최대의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이 스스로는 ‘핵무기 점진적 폐기’라는 NPT의 기본정신을 무시하면서 불량국가를 빌미로 비핵보유국들의 평화적 핵 이용권리 마저 원천 봉쇄를 기도한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브라질 이집트 아일랜드 멕시코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웨덴 등 핵 개발 능력을 가진 비핵보유국 7개국으로 구성된 뉴아젠다연합은 2일 "NPT 이행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다"며 "이번 회의에서 미국을 비롯한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5대 핵보유국이 핵무기 폐기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7개국 외무장관은 이날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공동기고문에서 "이미 존재하는 핵무기가 폐기되지 않고 오히려 확산되거나 개조될 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NPT 이행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면서 "핵보유국들은 핵무기 폐기와 비확산이 상호 작용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핵보유국의 책임을 따졌다. 이들은 특히 "미국은 세계 평화와 안보를 위해 NPT를 준수하고 조약의 지속성을 보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공약을 상기시키면서 미국의 핵 감축 솔선수범을 촉구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도 이 신문에서 NPT가 위기에 몰리게 만든 주범으로 미국을 지목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미국 지도자들은 이라크 리비아 이란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세계를 보호한다면서 자신들은 NPT를 이행하지 않고 벙커버스터 등 새 핵무기 실험 및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핵보유국의 핵 선제공격 금지 선언,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 생산 및 이전 방지 등 NPT 준수에 앞장설 것을 요구했다.
평가회의에서는 핵보유국이 비핵보유국에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소극적 안전보장(NSA)’ 체결을 놓고도 비핵보유국들이 미국을 압박할 전망이다. 미국은 그러나 NSA를 체결하면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국가나 테러단체에 핵 선제공격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9·11테러 이후 미국을 둘러싼 국제 안보환경이 급변했다는 주장이다.
회의 개막에 앞서 1일 뉴욕에서는 대규모 반핵·반전 시위도 열렸다. 시위를 주도한 반전단체 ‘평화정의연합’과 반핵단체 ‘지금 철폐!’는 "미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모든 핵무기를 금지하기 위한 협상을 즉각 시작해야 한다"며 핵 확산의 종식과 미국의 이라크 철군을 요구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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