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매일 삼사십 분 정도 산책하는 길옆에 살구나무가 죽 심어져 있다. 물론 살구나무만 심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벚나무도 있고, 느티나무도 있고, 산수유나무도 있고, 우리나라꽃 무궁화와 모양새 없이 키만 부쩍부쩍 잘 자라는 리기다소나무도 심어져 있다.
그 가운데 요즘 내가 눈여겨보는 것은 살구나무다. 꽃이 진 지 얼마 되었다고 벌써 그 꽃자리에 콩알만한 열매들이 맺혀 있다. 어떤 열매들은 미처 떨어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말라버린 ‘마른 꽃잎’을 모자처럼 쓰고 있다.
봄에 꽃이 피어 가장 빨리 열매가 익는 것은 버찌다. 그러나 버찌는 열매가 너무 잘아 먹을 게 없다. 그 다음 빨리 익는 것이 앵두와 매실과 살구다. 매실은 미처 익지 않고 파랄 때 따야 제값을 받는데, 그게 부쩍부쩍 몸을 불리고 제 살을 익혀나갈 때 일손이 없어 미처 따지 못하면 아침엔 파랗던 것이 오후 볕에 벌써 노란 기운을 띠기도 한다.
한동안 저 산책길의 살구나무를 보며 즐거워할 것 같다. 하루하루 열매가 굵어져 가고 또 다 자란 열매가 하루하루 노랗게 익어가는 모습을 매일매일 그 길을 걸으며 바라보는 즐거움에 벌써 마음이 설레는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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