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생전에 무척 부러워했던 재벌 총수가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자인 고 박인천 회장이 그 주인공인데, 이 회장은 박 회장의 ‘자식 농사’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 회장은 모두 5남3녀를 두었는데, 장남인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이 서울대와 미국 예일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1968년 청와대 경제비서관으로 발탁될 정도로 자녀 8명이 모두 공부도 잘하고 우애도 깊었다. 박씨 형제들의 우애는 1984년 박 회장이 타계한 뒤 그룹 경영권이 박성용 명예회장에서 차남인 고 박정구 회장, 3남인 박삼구(사진) 현 회장으로 이어진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30년전 이병철 회장의 부러움을 샀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7년 동안의 혹독한 구조조정 덕분에 경쟁력을 크게 강화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있는 코오롱그룹의 이웅열 회장이 최근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재기에 성공한 금호아시아나처럼 우리도 2년 정도 바닥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심정으로 뛰어야 한다"고 강조할 정도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달라진 대접을 받고 있는 중심에는 둘째 형인 고 박정구 회장 시절부터 구조조정을 주도해온 박삼구 회장이 있다.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다른 재벌과 달리 금융권으로부터 한 푼의 공적자금도 받지 않고 구조조정을 성공시켰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달 21일 중국 난징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경영 실패로 부실 여신을 초래해 금융권에 끼친 손해가 단 한 푼도 없다. 금호종금과 금호생명 문제도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해결했다. 이 점에서 우리는 큰 자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 탕감 등 금융권 도움 없이 자체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고금리를 부담해 오히려 국내 금융권이 갱생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덧붙였다.
자력 갱생으로 위기를 극복했다는 자부심은 다른 재벌 총수와 비교되는 강력한 책임 의식으로 이어진다. 박 회장은 종업원, 고객,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할 도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회장은 중국 난징과 톈진에 금호타이어 생산 설비를 확충하거나 신규 공장을 착공한 것이 국내 고용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기업의 가장 큰 사회적 책임은 고용 창출이다. 대체 사업을 만들어서라도 국내 고용숫자를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4월말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 직원은 약 2만명에 달한다.
박 회장은 증권 집단소송제도 정면 돌파키로 했다. 다른 재벌 총수의 등기이사직 사퇴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그동안 등재된 7개 계열사의 이사직을 고수하겠다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경영상 잘못에 대해 총수가 책임지는 경영풍토를 조성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박 회장은 최근에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지난해 11월 가졌던 동반 라운딩 경험을 예로 들며 종업원들에게 고객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박 회장은 "우즈는 카메라만 비추면 치아를 10개나 드러내고 웃었다"며 "그는 어떻게 행동해야 대중의 사랑을 받고, 돈을 벌 수 있는지를 아는 ‘그레이트 엔터테이너’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아시아나항공이 승무원 면접 때 치아를 9개 보이게 웃으면 떨어뜨리고, 10개 보이게 웃으면 합격시키는 ‘10당9락’ 관행이 있는 것을 상기시키며,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독려하고 있다.
그 때문일까. 박 회장은 최근 타이거 우즈가 골프 황제로 태어나기 위해 거쳐온 혹독한 훈련 과정을 소개하는 영상물을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상영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이 영상물을 이미 3번이나 시청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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