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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인디/ (상) 한대수, 인디밴드 ‘신신버스’와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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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인디/ (상) 한대수, 인디밴드 ‘신신버스’와 만나다

입력
2005.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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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를 만나러 간다. 불황과 여전히 ‘낯섦’에 고통스럽지만, 인디밴드들의 공연 ‘락&樂’처럼 주류문화공간(세종문화회관)까지 들어온 인디의 주인공들을 가수 한대수, 화가 한젬마 등이 만났다. 그들은 자신의 인디문화 사랑을 전하고, 인디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함께 얘기해보고 싶었다.

가수 한대수(57)가 홍대 앞에서 인디밴드 ‘신신버스’를 탔다.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색함’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이미 어어부밴드와 공연까지 해봤던 한대수로서는 신신버스의 의자에 앉은 게 즐거웠고, 신신버스는 한대수를 태운 게 너무나 영광이라고 했다.

신촌 철로변 ‘섬’(카페 이름)에 멈춘 이들은 한대수의 책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신신버스는 스스로 ‘한대수 광(狂)’이라고 큰소리쳤다. 기꺼이 자신들을 만나준 대선배에 대한 아부가 아님은 그들이 풀어놓는 ‘한대수에 관한 정보’에서 알 수 있었다. 신신버스의 기타리스트 덥(김정현·30)은 한대수의 오래된 책 ‘침묵’에서 ‘너무 비극적이면 코미디가 된다’는 구절에 공감한다고 했다. 보컬 호미(윤세영·29) 역시 최근 출간한 ‘영원한 록의 신화 비틀즈, 살아있는 록의 전설 밥 딜런’을 들고 있었다.

신신버스는 2년 전 서울 강남 지하철 계단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의 한대수를 잊지 못했다. "팬입니다"라고 소리치자 한대수는 악기를 메고 있는 그들을 보고 "음악 하는 사람들인가" 하고 묻고는 큰소리로 "지금 힘들지만, 파이팅!"이라고 외쳤다고 한다. 베이스 성단(김성철·29)은 라이브 공연 때 ‘고무신’을 펑키 스타일로 ‘우려 먹은’ 것도 솔직히 고백했다.

지난해 10월 신신버스는 첫 앨범 ‘레츠 고 크레이지’를 냈다. 대구 한 동네에서 만나 음악을 하자고 의기투합한지 10년 만이다. 복고적이면서도 낭만적인 멜로디, 록 사운드가 한대수로서는 좋은 모양이다. "판 내는 것 어렵지 않냐"고 물었다. "내는 건 어렵지 않아요. 팔리는 게 문제지."

그렇다. 잘 기획된 상업음반도 1만장만 넘으면 성공인 세상이 됐다. 그나마 3,000여장이나 팔린 것은 다행이다. ‘봄날’이었던 한·일월드컵 때, 인디밴드 음반 중 최고 2만장까지 팔렸던 것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불황은 이렇게 인디들에게 먼저 불어왔고, 그 때문에 이름깨나 알려진 밴드 수도 80여 개에서 30여 개로 줄었다.

차라리 독재에 대항했던 1970년대가 나았는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무너진다는 희망이 있었으니까. 이 놈의 자본주의, 상업주의는 절대 무너질 것 같지 않다. 거기에다 대고 ‘나홀로 독립’을 외치는 후배들이 한대수는 안쓰러운가 보다.

"다 힘들지. 한국뿐 아니야. 미국의 음악도 그래. 타워 레코드도, 유명한 공연장 보텀 라인도 문 닫았어. 불황 탓이지. 그 불황은 이라크 전쟁을 고집한 조지 부시 때문이고. 대중이 여유가 없어. 그럼 음악이 가장 먼저 죽지. 돈을 신화로 만든 사회,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란 현수막이 나붙어 있는 슬픈 사회가 된 것에 대한 반항과 분노를 위해서라도 음악은 있어야지. 나도 분노로 작곡한다."

굳이 ‘물 좀 주소’ ‘소주나 한잔’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이, 한대수는 최근 발표한 ‘항복’을 예로 들었다. 미국의 무자비한 이라크 공습, 석유를 위한 야만적 약탈행위에 쇼크를 받아 만들었다고 했다.

한대수로서는 당연히 자신과 다른 풍요로운 시대 속에서 성장했으면서도 한때 끼니조차 때울 수 없어 두부공장에 다니고, 농사까지 지으며 인디음악을 고집하는 ‘신신버스’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들은 분노 대신 ‘자유’와 ‘새로움’이란 두 단어를 잡았다.

그들의 자유를 음악적 자급자족으로 규정한 한대수는 그러나 "내 음악의 정신은 지키되 최대한 좋은 곡으로 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고, 새로움 역시 "더 강하고 비트가 아니라, 열 여섯 살 때 내가 처음 들었던 지미 헨드릭스의 기타 연주처럼 사람들 마음 속에 숨은 자극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

한대수는 그것이야말로 인디음악의 리얼리티와 생명력을 길게 하는 것이며, 자신이 음악을 시작한 38년 전과 별로 달라지지 않은 사람들의 ‘관념의 문’을 인디음악이 넓혀주는 길이라 했다. 그의 노래 ‘행복의 나라로’가 외쳤던 것처럼.

사람들의 마음의 문을 열어 낯설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해주는 일, 한대수가 인디밴드를 사랑하고, 신신버스가 인디음악을 하고 있는 이유인지 모른다.

이대현 대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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