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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 심사위원 초청/ 이란 영화감독 바흐만 고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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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 심사위원 초청/ 이란 영화감독 바흐만 고바디

입력
2005.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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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족 출신인 이란 감독 바흐만 고바디(37)가 제6회 전주국제영화제 디지털 스펙트럼부분 심사위원 자격으로 1일 한국을 찾았다.

이라크 영토였던 바네흐에서 태어난 고바디 감독은 이란 이라크 터키 시리아 국경에 흩어져 사는 4,500만 쿠르드인의 비참한 삶을 가감없이 필름에 담아 주목을 받았다. 장편 데뷔작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1999)으로 2000년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이라크전을 배경으로 한 ‘거북이도 난다’(2004)로 산세바스찬 영화제 그랑프리를 거머쥐었다.

의지와 상관없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영화 속 쿠르드인은 스스로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태어난 뒤로 거의 매일 전쟁을 겪었습니다. 79년 이란혁명, 이란 이라크 8년 전쟁…." 이 와중에 그는 사촌 3명과 삼촌, 고모를 잃었다. 여동생은 부상을 당했다. "제가 열 여섯 살 때 부모님이 이혼을 했어요. 7남매 중 장남이라 가장으로 살아가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영화 속 인물이 나를 닮았는지도 모릅니다."

배우 캐스팅과 촬영장소 물색 등을 돕는 가족들은 그가 외부지원 없이 고물 장비로나마 영화를 만들 수 있게 하는 힘이다. "저는 보고 느낀 것을 그대로 그립니다. 이란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 제 생각대로 영화를 만들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한 푼도 받지 않을 것입니다." 같은 이유 때문에 이란의 명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도움도 뿌리쳤다.

그의 영화 주인공은 대개 비(非)전문배우인 어린 아이들이다. ‘거북이도 난다’의 경우 두 달반을 한국군 주둔지인 아르빌을 비롯한 이라크령 쿠르드 도시를 돌아다니며 아이들의 비극을 목도한 뒤 이를 캐스팅에 반영했다. "영화가 아이들의 참담한 현실을 담고 있지만 그래도 그들에게 꿈과 미래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 바람은 현실에서 작으나마 실현됐다. 이라크 군인에게 겁탈당해 아이를 낳은 소녀 역의 아그린은 방송국에서 월 300달러의 ‘고액’을 받으며 일을 하고 있다. 아그린의 아들로 나오는 시각 장애 꼬마는 수술로 눈을 떴다. 지뢰에 팔다리가 잘려나간 아이들은 이란 정부의 지원으로 정규교육을 받고 있다.

고바디 감독은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인상 깊게 보았다"며 "한국영화에는 사람을 놀라게 하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 칭송했다. 그는 "한국영화의 기술적 역량이 이란보다 상당히 앞서 있다"며 한국 스태프와 작업하고 싶은 희망도 내비쳤다. "한국과 쿠르드는 영문이름이 K로 같지요. 멀지 않다는 뜻입니다. 손을 잡으면 예술적으로 굉장한 작품이 나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주=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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