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알려진 얘기이지만, 주식투자의 어려움을 빗대는 우화 같은 실화가 있다. 미국 월가에서는 2000년 7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가상의 원숭이 1마리와 펀드매니저 4명, 아마추어 투자자 4명이 주식투자 수익률 게임을 했다. 이 재미있는 실험에서 일반의 예상을 뒤엎고 원숭이가 우승했다. 이후 이 실화는 주식투자의 위험을 경고하는 메시지로 흔히 이용된다.
최근 흥미로운 신문기사가 또 하나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지난해 매도 의견을 냈던 주식들이 매수 추천한 주식보다 11% 가량 더 높은 수익을 기록했다. 주식투자에 관한 한 세계에서 가장 명석하다는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이 이 정도라면, 정말 주식시장이 이성과 과학이 통하는 곳일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내로라하는 펀드매니저도 못 당하는 원숭이를 이기는 방법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원숭이보다 운이 억세게 좋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원칙에 충실하는 것이다. 원칙은 지극히 간단하다. 바로 가치투자와 장기투자다.
가치투자의 성공 가능성은 현실적으로도 검증됐다. 세계에서 두 번째 부자이며 주식투자의 대가인 워렌 버핏이 바로 이 투자방식의 과학성을 입증한 산 증인이다. 그는 기업의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가치가 실현될 때까지 장기 보유한다. 쌀 때 사서 제값 받을 때 판다는 초등학생 수준의 이 단순한 원칙으로 약 40년간 연평균 20% 이상의 수익률을 거뒀고, 오늘날 ‘오마하의 현인’이라는 명성과 권위도 얻었다.
원숭이는 절대로 가치투자를 흉내낼 수 없다. 주식 시세표에 무작정 다트를 날리는 원숭이가 운은 좋을 수 있어도 기업의 내재가치를 철저히 분석할 이성은 없기 때문이다. 또 등락을 거듭하면서 끊임없이 공포와 유혹을 던지는 시장을 초연하게 인내할 수 있는 끈기도 없다. 가치투자를 하자면 먼저 기업을 분석할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개인투자자가 수천 개의 종목을 스크린 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가치투자펀드 등에 가입해 전문인력의 조직력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치 있는 저평가 기업을 골랐다면 남은 과제는 인내심이다. 아무리 좋은 종목을 발굴했더라도 시장이 기업가치를 알아줄 때까지 기다리지 못한다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최소 2~3년간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이 가치투자 성공의 핵심 키워드이다. 워렌 버핏이라고 왜 두려움이 없었겠는가. 매일 계속되는 시장의 흥분과 두려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기업가치에 대한 믿음으로 뚝심 있게 기다린 자만이 고수익과 안정성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다.
손민보 신한은행PB 분당센터 PB팀장 mbson@shinh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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