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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칼럼/ 교황이 남기고 간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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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칼럼/ 교황이 남기고 간 평화

입력
2005.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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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31일 이탈리아 로마의 성 베드로 광장 오른쪽 교황의 관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광장을 향해 인자한 모습을 짓던 관저 창가의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끝끝내 문이 열리지 않은지 사흘째, 교황은 ‘나는 행복합니다. 그대들도 행복하세요 아멘’이라는 마지막 화합과 평화의 메시지를 남기고 신의 부름을 받아 갔다. 김수환 추기경은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빛, 우리는 지금 이 큰 별을 잃었습니다’라는 말을 통하여 그의 선종을 애도했으며 시리아의 한 이슬람 성직자 또한 "이슬람 교도와 기독교인 모두 교황을 잃었다"며 애석해 하였다. 종교 지도자 뿐만 아니라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수만 명의 신자들도 큰 별을 잃은 것을 애도하였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이전의 보수적인 교황들과는 달리, 종교를 뛰어넘어 세계의 분쟁과 갈등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발벗고 분쟁의 중재자로 나서며 행동하는 교황으로 꼽혀 왔다. 그가 평화와 인류 화합을 위하여 돌아다닌 거리만도 200만㎞가 넘으며 순방한 나라만도 130여 국에 이른다. 소련 대통령 고르바초프를 직접 만나 냉전이 종식될 수 있도록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쿠바를 방문해 쿠바와 가톨릭의 불편한 관계를 회복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에도 두 차례 방문해 따뜻한 평화와 화합의 불씨를 전하고 가기도 했다. 내부적으로는 종교재판, 십자군 전쟁, 유대교 박해 등 지난날 가톨릭의 실수를 인정하며 용서를 구하기도 해 세계인들에게 깊은 감동을 남겨 주었다. 1981년 터키 극우파 회교도 청년의 총탄에 맞아 나흘 간의 의식불명 상태에서 깨어난 후 교황은 "내게 총을 쏜 형제를 위해 기도하자. 나는 이미 진정으로 그를 용서했다"고 말해, 내면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신의 화합의 메신저였던 교황은 우리 곁을 떠났다. 슬픔에만 잠겨 있을 수는 없다. 종교적 교리를 떠나 그가 우리에게 진정으로 말하고 싶어 했던 메시지를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가 남기고 간 많은 행동을 통해 우리는 그가 진정으로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했는가를 알 수 있다. 그가 이 땅에 전해주고 간 평화의 가르침에 따라 우리 스스로 평화와 화합을 만들어 갈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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