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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2008년 논술형 본고사' 도입/ "변형된 본고사 부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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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2008년 논술형 본고사' 도입/ "변형된 본고사 부활" 논란

입력
2005.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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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을 위축시키고 사교육을 부추길 게 뻔한 본고사 부활이다." "대학이 우수한 학생을 자체 개발한 전형을 통해 뽑으려는 것을 본고사로 몰아서는 곤란하다."

서울대가 현 고교 1학년생들이 지원할 2008학년도 대입 전형부터 시행키로 한 ‘논술형 본고사’를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단순한 지원자격 조건으로만 활용하고 내신 비중은 현행을 유지하되 논술고사를 최고 40%까지 반영한다는 게 핵심이다. 파장이 확산되자 서울대는 "언어와 수리 논술은 필수로 하고 계열별로 선택논술을 치르겠다는 것이며 본고사 부활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다른 대학들과 입시전문가들은 "결국은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 주요 대학은 동조 = 고려대 연세대 등 주요 대학들은 서울대의 논술형 본고사 실시 방침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지원 학생들의 옥석을 가리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 대학은 서울대의 움직임에 동조, 이르면 하반기께 논술형 본고사 형태의 대입 전형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여 교육당국과의 갈등을 예고하고있다.

고려대 김인묵 입학처장은 "새 대입제도는 학생선발 때 고교 내신 비중을 강화토록 주문하고 있지만 내신 하나만으로 어떻게 뽑느냐"고 반문한 뒤 "교육인적자원부도 자연의 섭리(논술 강화)를 거역하지 못하고 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연세대도 논술형 본고사 시행을 새 대입제도가 낳을 필연적인 전형 요소로 해석했다. 박진배 입학관리처장은 "서울대가 논술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처럼 빨리 시행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이번 주 중 관계자 회의를 거쳐 입학전형 방법을 구체적으로 논의키로 했다.

수험생을 포함한 네티즌들의 목소리는 찬반으로 갈렸다. 서울 상문고 1년 유모(16)군은 "논술과 면접이 당락을 결정하게 되면 수험생들은 내신·수능·논술고(苦) 등 ‘3중고’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서울 중동고 정모(16·1년)군은 "고교생들이 1학년 때부터 내신과 수능의 ‘노예’가 되지 않게 됐다"며 반색했다.

◆ 교육부 "본고사 형태면 범법" = 교육부는 서울대가 발표한 방안이 본고사는 아닌 것으로 일단 결론지었다. 교육부는 그러나 앞으로 서울대측이 시행하려는 논술시험이 본고사와 유사한 형태가 될 경우 ‘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본고사 금지’ 등 대입 3불(不)을 규정한 현행 고등교육법을 위반한 것이어서 강력 제재한다는 입장이다. 가령 논술시험이라고 해도 ‘어떤 내용을 증명하라’거나 ‘해석하라’는 식의 구체적 수식 등을 요구하는 문제유형은 본고사로 봐야 한다는 게 교육부의 판단이다.

그러면서도 교육부는 서울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교육부와 사전 협의도 없이 오해 소지가 있는 논술형 본고사 시행 방침을 밝혔을 뿐 아니라 새 대입안의 내신 강화와 정면 배치되는 ‘내신 비율 현행 유지’ 입장을 보인 것으로 미루어 ‘고의성’이 있다는 판단을 하고있다. 교육부 박융수 학사지원과장은 "서울대가 10월께 발표할 ‘새로운 논술시험’ 유형을 면밀히 검토한 뒤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고교등급·기여입학·본고사’/금지 서울대, 3不정책에 도전?

‘이참에 ‘3불(不)정책’ 폐지까지 밀어붙이려나?’

서울대가 본고사에 가까운 대입전형 시행을 발표하자 "교육부의 ‘3불정책’에 대해 본격적인 도전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운찬 총장을 비롯한 서울대 관계자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3불정책이 대학의 자율성을 가로막는다"며 강한 반대입장을 표명해온 바 있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자격고사화하고 논술비중을 크게 늘린 새 입시안은 ‘3불 폐지’를 향한 ‘시동’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

지난해 고려대 등에서 시행된 것으로 교육부가 결론을 내렸던 이른바 ‘고교등급제’ 논란에서도 3불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던 서울대는 본고사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지난해 정 총장과 김완진 전 입학관리본부장이 몇 차례 운을 떼면서 수면위로 올라왔던 본고사 논란은 "교육부의 각종 제재로 우수한 학생들을 타 대학에 뺏기고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왔다. 현행 수능시험과 성적 부풀리기로 점철된 학생부로는 어떤 학생이 우수한 학생인지 변별해낼 도리가 없어 본고사 식의 심층테스트를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서울대는 "새 논술시험은 과거의 본고사와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입시전형으로 교육부가 금지하고 있는 지필고사 형식의 국어·영어·수학 시험이 아닌 만큼 본고사가 아니다"라며 논란에 선을 긋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교육부가 금지하고 있는 테두리 내에서 새로운 전형을 만들 뿐 3불정책을 위반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교육부가 지난해 해당 대학들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고려대와 연세대 등이 고교등급제를 실시한 것으로 판정했던 것처럼 서울대의 논술형 본고사에 대해서도 대학측과 다른 해석을 내릴 경우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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