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선 잇속만 챙기는 장사꾼 스타일로 사업을 해선 성공할 수 없다. 당장은 손해 보는 일이 있더라도 길게 볼 줄 아는 사업가 스타일로 접근해야 한다." 설영흥(60·사진) 현대차 중국담당 부회장은 최근 현대차의 중국 합작사인 베이징현대가 중국에서 출범 2년여 만에 승용차 시장 1위에 오른 비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화교 출신으로 현대차그룹의 중국 사업을 총괄하고 현대차그룹의 중국 지주회사 동사장(회장)이기도 한 설 부회장을 1일 한국국제전시장(킨텍스)의 ‘2005 서울모터쇼’ 행사장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베이징현대가 세계 자동차 시장의 최대 격전지인 중국에서 1·4분기 시장점유율 1위(9.8%)를 달성했다. 비결이 무엇인가.
"열심히 일했다. 중국에 진출한 다른 해외 기업들의 경우 통상 모국 공휴일에도 쉬고 중국 공휴일에도 논다. 그러나 우린 한국 공휴일에도 일하고 중국 공휴일에도 쉬지 않고 특근을 했다. 투명한 경영과 책임 경영을 강조한 것도 중요했다."
-열심히 하면 누구나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나.
"가장 큰 문제점은 제대로 된 중국통이 없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이 모여 사는 나라다. 그런데 중국을 안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고작 한족에 대해서 알 뿐이다. 우리는 중국에 대해 10년 이상 연구했다. 사회주의가 무엇이고 시장경제 도입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등을 끊임없이 연구했다. 외국 업체들은 아직 중국을 제대로 파고 들지 못하고 있다. 우린 해 내고 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중국 시장은 크고 장사꾼도 많다. 수백년전부터 외국과 무역을 한 나라다. 따라서 장사꾼 스타일로 접근하면 안 통한다. 사업가 스타일로 해야 한다. 단기간의 이익 때문에 무조건 돈만 받고 물건 넘겨주면 끝나는 게 장사꾼이다. 진정한 사업가는 5년 후를 내다봐야 한다."
-현대차의 5년 후 모습은 무엇인가.
"우리는 2010년 중국에서 100만대를 팔 것이다. 베이징현대가 60만대, 둥펑위에다기아가 40만대를 맡는다."
-베이징현대의 고속 성장과 달리 둥펑위에다기아가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은 모델을 잘못 내 놓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맞다. 자동차 사업은 시장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성능만 좋다고 되는 게 아니다. 둥펑위에다기아의 경우 지난해 배기량 1,300㏄의 천리마(엑센트와 베르나를 기본으로 한 중국 변형 모델)를 팔다 갑자기 배기량 2,500~3,000㏄의 카니발을 내 놓았다. 중국 정부의 긴축 정책에 기름값도 많이 오르면서 큰 차가 인기를 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이는 오류였다. 반면 베이징현대는 쏘나타를 팔다 엘란트라(아반떼XD)를 내 놓은 것이 시장의 상황과 딱 맞아 떨어졌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 둥펑위에다기아도 조만간 쎄라토(1,600cc)를 본격 판매할 작정이다. 둥펑위에다기아에 대해선 구조조정도 할 것이다."
-다른 자동차 회사의 경우 구형 모델을 갖다 파는 반면 현대차는 최신 모델로 승부를 걸고 있다. 이런 전략은 장기적으로 현대차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품질이다. 우리 차의 품질이 우수해 고객의 선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개방된 나라다. 경제가 성장하고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은 좋은 차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중국이 따라올까 두려워 구형 모델이나 갖다 팔아서는 시장을 선도할 수 없다. 우리의 전략이 성공했다고 믿는다."
●설영흥 부회장은/ 화교출신…中실세들과 친분
서울에서 태어나 대만 국립성공대 회계학과를 나온뒤 동국대에서 무역학 석사를 받았다. 1999년 4월부터 현대차 상임고문으로 중국 사업을 담당하다 지난해 5월 부회장으로 직함을 바꿔 달았다. 베이징기차와 50대50 합작으로 베이징현대를 설립하고 상하이 인근에 둥펑위에다기아 공장을 건립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지난달엔 현대차그룹의 중국 지주회사 동사장(회장)에도 취임했다. 한성화교학교 이사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화교 사회에서 신망이 높은 데다 중국 공산당 내 실세들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적으로 나서기를 싫어한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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