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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靑의 어색한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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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靑의 어색한 침묵

입력
2005.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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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재보선 다음날인 1일 청와대 기자실이 있는 춘추관.

"여당이 모두 졌는데, 청와대 입장은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잇따른 질문에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당·청(청와대) 분리이므로 논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말을 삼갔다. 열린우리당이 충격적인 완패를 했는데도 청와대는 ‘침묵’으로 일관한 것이다.

그 순간 지난해 4·15 총선 직후의 일이 떠올랐다. 대통령 탄핵 기간이었던 당시에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며 "대화와 타협의 새로운 희망의 정치를 펼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재·보선 결과에 대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30일 ‘국무위원 재원배분회의’에 참석하고 저녁 무렵 관저로 돌아왔으나 TV로 중계된 재·보선 개표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여당이 한두 의석이라도 건졌다면 청와대가 나름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과거 역대 정권의 청와대는 선거 때마다 논평을 내면서 정치에 깊이 관여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대통령이 여당 당수직을 맡지 않고 있다고 해서 선거 결과에 대해 함구하는 것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다. 규모가 작은 선거라고 치부하기에는 이번 선거의 정치적 의미가 심대하다. 낮은 투표율 때문에 민심이 제대로 투영되지 않았다고 애써 그 의미를 평가절하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여대야소(與大野小) 구도가 여소야대로 바뀐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나 청와대는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는 등의 의례적인 언급이라도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김광덕 정치부 차장대우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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