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2008학년도 입시부터 학생의 학업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논술시험을 실시하겠다고 밝혀 본고사 부활 논란이 일고 있다. 내신반영 비율을 현행대로 유지하고 수능시험은 자격조건으로만 활용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렇게 되면 내신 40%, 수능 40%, 면접 및 논술 20%인 정시모집 전형요소 비율이 논술 40%, 내신 40%, 면접 20%로 바뀌면서 논술이 사실상 당락을 좌우하게 된다.
문제는 새로 도입되는 논술시험의 성격이다. 서울대는 그동안 실시해 온 서술형 논술 외에 교과목과 연관된 단답형 논술시험 형태를 개발해 시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리형 논술’ ‘언어형 논술’ 등을 만들어 사실상의 본고사를 치르겠다는 의미다.
서울대, 연·고대 등 주요 대학들은 그동안 내신비중 강화와 수능 등급제 시행을 골자로 한 새 대입제도가 상위권 수험생들의 학업능력을 평가하기 어렵다며 불만을 토로해 왔다. 서울대의 논술형 본고사 부활은 이런 현실을 감안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새 대입제도의 근본 취지가 과열 입시경쟁 해소와 학교교육 정상화에 있다는 것을 망각한 처사다. 지금 대학들이 해야 할 일은 학생들의 학업부담을 더 늘리지 않는 범위에서 다양한 인재를 선발하는 전형방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대학들은 ‘어떻게 하면 성적 우수자를 가려낼 수 있는가’라는 과거의 관행만 답습하고 있다. 내신반영 비율을 늘리지 않겠다는 것도 교육 당국의 방침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역시 우려를 낳는다.
서울대의 입시정책은 자칫 전국 대학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교육 당국도 현 교육정책의 골간을 흔들 수 있는 이번 사안에 대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대학들은 사교육비 경감과 공교육 정상화라는 사회적 과제에 적극 협조해야 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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