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가 2~27일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개최된다. 이번 회의는 북한과 이란이 촉발시킨 NPT무용론과 국제적 핵개발 도미노 우려에 어떤 대책을 마련할 지가 최대 관심사다. 그러나 가입국간 이견이 워낙 커 NPT가 기로에 섰다는 현실만 확인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
그동안 189개 가입국들은 ▦핵 비확산 ▦핵 군축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등 NPT 3대 축의 균형점을 놓고 갈등해왔다 크게는 핵확산을 막는 데 주력하는 5대 핵무기 보유국과 에너지용 핵개발을 추진하는 비핵보유국간의 대립이다. 이번 회의에서도 핵보유국들은 NPT체제를 강화해 비핵보유국에 대한 핵 통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비핵보유국들은 핵보유국 위주인 NPT체제의 문제점은 물론 미국의 NPT 조항 위반을 본격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 핵보유국들은 NPT체제 강화를 위해 ‘추가의정서(AP)’를 NPT가입국에 의무화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추가의정서는 핵 관련 신고대상을 확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권한을 한단계 높이는 내용이다. NPT체제의 허점으로 북한은 NPT 탈퇴와 핵보유를 선언했고, 이란은 미신고한 핵개발을 공개해 버렸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느슨한 NPT가 북한 등의 족쇄를 오히려 풀어주고 있다고 보는 미국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도 조약 준수국에 한정해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조약 위반국에는 에너지용 핵 기술 및 기자재의 유입을 막아 비핵보유국이 누리는 평화적 이용권리도 막겠다는 취지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조지 페르코비치는 "미국은 핵무기 자체보다는 불량국가들의 손에 핵무기가 넘어갈 위험성을 문제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핵 저개발상태인 비핵보유국들은 핵의 평화적 이용마저 위협하는 NPT체제의 모순과 미국의 NPT 위반을 강력 비난하고 있다. NPT에 미가입국인 이스라엘을 견제하려는 이집트 등 아랍권, 에너지용 핵개발을 추진하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이 중심이 된 이 세력은 핵보유국의 핵무기 삭감이 우선 논의 대상이란 입장이다.
이들이 비난하는 미국의 핵 정책은 미국 내부에서도 이중적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로버트 맥나마라 전 국방부 장관은 ‘포린 폴리시’ 최근호 기고에서 "미국의 핵 정책은 비도덕적이며 불필요하고 또 치명적으로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3월 "미국은 이라크 리비아 이란 북한의 핵 위협에서 세계를 보호한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은 새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미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불량국가의 지하시설 공격용 ‘핵 벙커 버스터’의 개발을 위해 400만 달러를 내년 예산에 반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군축론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는 안보정책에서 핵의 역할을 축소시키도록 NPT 규정을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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