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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은 얼굴/ 얼굴도 마음도 고우셨던 미술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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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은 얼굴/ 얼굴도 마음도 고우셨던 미술 선생님

입력
2005.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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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때 나는 미술 선생님을 담임 선생님으로 만났다. 갓 결혼하고 우리 학교로 부임해 온 선생님은 당시로는 파격적인 의상에다 하얀 피부까지 너무 멋쟁이여서 속으로 사치나 부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학생들 이름 하나 하나를 다 기억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려고 애쓰셨다. 하루는 내 그림을 보고 교무실로 오라고 하시더니 미술부에 들어오라고 권유하셨다. 그 당시 우리 집은 물감을 살 형편조차 안되었기에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런데 선생님은 어느 신문사에서 파스텔 그림 대회를 여는데 네가 참가했으면 좋겠다고, 파스텔이 없으면 사주겠으니 내일 남산에 가서 그림을 그리라며 회수권 3장을 내미시는 것이었다. 나는 회수권이 탐이 나 덜컥 선생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다음날 아무 것도 준비하지 못한 채 남산에 갔더니 선생님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준비해 오셨다. 앉아서 그림을 그리라며 손수건을 깔아 주시고 그림을 제출하고 나서는 점심을 사줄 테니 기다리라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신세를 지기 싫어 몰래 차를 타고 집으로 와 혼자 김치와 밥을 꾸역꾸역 먹었다. 그땐 왜 그렇게 눈물이 쏟아지던지.

한 달이 지난 후 신문에 입상자 발표가 났다며 선생님이 팔짝팔짝 뛰며 좋아하셨다. 최우수상…. 선생님께서는 눈물까지 흘리며 기뻐하셨다. 나중에 가정방문을 온 선생님은 "따님의 재능이 너무 아까우니 제가 직접 가르치면 대학은 무난히 들어갈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할머니는 "계집애가 대학은 가서 뭐하냐. 냉큼 나가라"고 하셨다. 어머니는 무서워 벌벌 떨고 선생님은 아무 말도 못하고 돌아가셨다. 그 후에도 선생님은 장학제도를 만들어 많은 도움을 주셨지만 내가 3학년때 몸이 아파 학교를 그만 두셨다. 선생님이 떠날 때 나는 펑펑 울기만 했다.

김지혜 선생님. 저는 지금 훌륭한 미술가도 아닌 평범한 40대 주부이지만 선생님이 그리워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힘들 때면 부모님처럼 어깨를 두드려주시던 선생님. 다시 만나면 꼭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싶습니다. sunmi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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