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용 철도공사사업 개발본부장은 ‘사할린 6광구 유전사업은 사업성이 없다’는 각종 보고서를 무시한 채 사업성이 있는 것처럼 허위보고하고, 부실한 사업계획에 이의를 제기하는 실무자들을 교체하면서까지 사업추진에 매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 보고서 내용도 왜곡 = 왕씨의 구속영장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와 SK㈜, 슐럼버거사, 삼일회계법인 등은 보고서에서 러시아 유전사업에 대해 "사업성이 없고, 철도공사가 인수하려는 페트로사흐사는 자본잠식 상태로 부도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지만 왕씨는 이를 무시했다. 그는 나아가 이러한 평가들을 왜곡·허위 보고하며 사업추진에 매달렸다.
왕씨는 석유공사가 권광진씨로부터 3차례 유전사업인수를 제의받았다가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불참통보했는데도 마치 지분율 다툼 때문에 불참한 것으로 보고했다.
또 사업설명회 준비를 위해 내부직원이 작성한 유전사업 찬성안과 반대안 중 ‘막대한 추가투자비를 감안해 사업불참’이라는 반대안 제목을 ‘철도청이 유전사업과 무관하고 생소한 분야여서 사업불참’이라는 식으로 바꿔, 사업성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왜곡했다.
또 알파에코사와 체결한 인수계약서에는 실사결과에 따라 계약금을 환급받을 수 있는 규정이 없는데도 9월30일 간부급회의에서 ‘2차 세부실사 후 사업성이 없으면 환급 가능하다’고 허위보고해 계약금 620만달러를 송금하게 했다.
◆ 실무자들 반발, 고위간부는? = 왕씨가 사업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내부 실무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철도공사 전략기획과장은 8월12일 "검증이 부실하다"며 정책심의회를 개최하지 못하도록 제지했다. 정책심의회 대신 열린 사업설명회에서도 전략기획실장 등은 "계약금을 먼저 지급한 뒤 사업성을 심사하는 것은 관행에 어긋난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팀장급으로 이루어진 실사팀은 9월22일부터 5일간 사할린을 다녀와 "시설이 낡고, 투자금이 많이 필요하며 사업성도 불투명하다"고 자체보고서까지 작성했다. 그러나 왕씨는 반발하는 실무진들을 교체하면서까지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왕씨는 영장실질심사 등에서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했다는 애초 입장을 바꿔 김세호 당시 철도청장과 신광순 차장에게 사업추진 과정을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차관이 정관 변경을 위한 정책심의회가 개최되지 않았는데도 지난해 8월23일 철도교통진흥재단의 목적사업에 유전개발을 포함시키도록 정관변경을 최종 허가한 사실을 확인, 철도공사 고위층과 정치권이 사업추진에 개입했는지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진희기자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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