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된 비밀 하나를 털어놓았다. "지역대회였어요. 1위는 분명히 전데 시상식 땐 엉뚱하게도 동생 이름이 불리는 거에요. 아무 말 못하고 박수만 쳤죠. 그런데 알고 보니 제 출전 번호에 동생 이름이 적혔던 거예요. 얼굴이 똑같아서 심판들도 선수가 바뀐 줄 몰랐던 거죠." 다음날 신문에 크게 실린 자기 이름을 보고 동생은 입이 귀에 걸렸단다. 형은 동생 이름으로 4위를 했다.
국군체육부대 상무 팀의 쌍둥이 체조 선수 민호대(형·상병)·호용(동생·이병) 형제 이야기다. 28일 제60회 전국체조종별선수권대회가 개막된 대전 다목적체육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완전범죄’를 털어놓은 형제는 "이제 쌍둥이라는 사실이 많이 알려져 그럴 일은 전혀 없다"며 웃었다.
형제는 1981년12월23일 경남 마산에서 5분 간격으로 세상에 나왔다. 마산 송호초등학교 3학년 때 형이 체조를 시작했고, 체육관 앞에서 형을 기다리던 동생도 뒤따라 ‘분가루’를 묻혔다. 초등학교부터 마산중-경남체고-한국체대를 거쳐 상무까지 함께 했다.
주종목도 똑같다. 마루운동. 각종 대회마다 이 부문 1,2위는 형제들의 차지. 경기장에서는 둘도 없는 경쟁자다.
"동생을 제치고 한 1등은 왠지 찜찜해요. 가뜩이나 무뚝뚝한 성격들인데 그런 날은 서로 눈도 안 마주쳐요." 그러나 성적은 형·동생 순이 아니다. 동생은 지난해 청주 전국체전 마루운동에서 형(4위)을 제치고 금메달을 땄다.
형은 동생보다 열 달 앞선 지난해 2월 입대한 하늘 같은 고참. 함께 ‘짬밥’을 먹는 형에게 고민이 있다. 동생 군기잡기다. "정색하고 동생을 대하기가 힘들어요. 엄연한 군대인데…." 말끝을 흐린 뒤 살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형에게 동생은 피식 헛웃음으로 답한다.
체조 올 첫 대회인 종별선수권대회는 30일까지 국가대표 23명을 비롯해 남녀 66개팀 324명의 선수들이 참가해 열전을 펼친다.
대전=김일환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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