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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어린이 날, 동시 즐거움 선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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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어린이 날, 동시 즐거움 선물하세요

입력
2005.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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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와 시인이 힘을 합쳐 펴낸 아름다운 사진 동시집 ‘바람이 찍은 발자국’, 그리고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두 번째 동시집 ‘내 똥 내 밥.’ 이번 주에 나란히 나온 이 두 권의 책은 어린이에게 시를 읽는 즐거움을 선물한다.

제목도 어여쁜 ‘바람이 찍은 발자국’은 사진작가 황헌만과 시인 강원희의 합동작품. 책을 펼치면 한 쪽에는 시가, 그 옆에는 사진이 박혀있는데 꼭 맞춘 듯 서로 잘 어울린다. 새 둥지 속에 얌전히 앉은 작은 나뭇잎 한 장. 그 옆의 시는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누가 보냈을까? / 둥지 속 / 잎새 한 장 / --가을이 왔어요! / 바람이 배달한 / 쪽지 편지 한 장> (‘둥지 속의 편지’). 꽃이 지고 난 자리에 눈송이처럼 하얗게 갓 털을 쓴 민들레 옆에는 이런 시가 붙어있다. '민들레 갓 털은 / 조그만 새장 / 씨앗보다 작은 새들이 / 모여 살아요 / 바람이 불면 / 새장 속의 새들이 날아가네요 / 저 우주 끝까지 / 흩어지네요> (‘씨앗보다 작은 새’)

사진과 시가 모두 정성스러워 한 장 한 장 찬찬히 보고, 한 편 한 편 아끼면서 읽고 싶은 책이다. 자연을 담은 사진은 섬세하고 사랑스런 눈길로 잡아낸 것들이다. 사진만 보고 있어도 저절로 시가 떠오를 것 같다.

이 책의 시들은 작고 여린 것들을 보듬는 착한 마음을 품고 있다. 복잡한 은유나 번거로운 꾸밈이 없어 더욱 좋다. 배시시 웃음을 자아내는 시도 있다. 한 편 읽어볼까. ' --형, 하느님은 어디 있어? / --네 가슴 속에 있단다 / --하느님 추우시겠다 / 나 방금 아이스크림 먹었는데 > (‘형에게 묻다’)

김용택 시인의 ‘내 똥 내 밥’은 그가 가르치는 덕치초등학교 아이들과 어울려 생활하면서 쓴 동시집이다. 시골 아이들의 하루하루와 마음을 노래한 시도 있고,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농촌의 어려운 생활을 말하는 시도 있다. 그중 깔깔 웃고 만 시 한 편. '나무에서는 매미들이 맴맴 울고 / 풀숲에서는 풀벌레들이 찌르르르 울고 / 하늘에서는 새들이 후루루 울고 / 교실 구석에서는 귀뚜라미가 귀뚜르르 울고 / 마을에서는 염소가 매애 울고 / 나는 형한테 맞고 훌쩍훌쩍 우네 / 오늘은 다 운다 / 다 울어.> (‘다 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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