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의 ‘찰떡궁합’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각별한 우정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27일 1999년 이래 12번째 쿠바를 방문한 차베스 대통령을 아바나 공항으로 직접 마중나갔다. 올해 78세의 카스트로 의장은 작년 10월 20일 장시간 연설 뒤 계단에서 넘어져 다리를 다친 이후로는 한번도 외국 지도자를 맞기 위해 공항에 나간 적이 없었다. 더욱이 차베스 대통령은 이날 밤 늦게 공항에 도착해 카스트로 의장의 공항 마중은 의미를 더했다.
두 정상의 각별한 교분처럼 양국 간 정치·경제 결속도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두 정상은 28일 손을 맞잡고 베네수엘라 국영석유사(PDVSA), 베네수엘라 산업은행(BIV) 두 국책기업의 아바나 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했다. PDVSA는 석유매장량이 엄청난 것으로 평가된 쿠바의 멕시코만 연안 경제수역 유전 개발 및 석유생산, 정유 과정에 본격 참여하겠다고 발표했다. 베네수엘라 제품을 쿠바 서민들이 구입할 수 있는 가격으로 판매하는 할인매장 ‘메르칼(Mercal)’ 체인의 쿠바 내 운영도 검토되고 있다. 두 정상은 교육·보건·인프라·주택·문화 분야 협정에도 서명키로 했다.
쿠바 경제를 살리는데 도움이 된다면 원유 공급을 포함해 모든 특혜를 아끼지 않겠다는 차베스 대통령의 결의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카스트로 역시 그동안 쿠바 의사 1만 4,000명과 일선 교사들을 대거 베네수엘라로 보내 빈민층 의료서비스 개선과 문맹퇴치 작업을 맡아 하기도 했다.
두 국가가 극단적으로 밀착하자 양국에 호의적 입장을 유지했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도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차베스가 반미 처방약을 과용하고 있다"며 미국-베네수엘라 간 긴장관계가 한계를 넘고 있는 상황에서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또다른 앙숙인 쿠바와 유착하는 것은 중남미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콘돌리사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브라질 방문을 어느 정도 의식한 것이지만 미국에 ‘구실’을 줄 정도의 과격한 행보는 현명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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