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서 공부하려니 자꾸 잊어버려요. 좀 힘들지요. 그래도 이렇게 즐거운 공부를 그만둘 수야 없지요." 늦깎이 주부 학생들을 위한 서울 마포구의 양원학교에 경사가 났다. 2002년 입학한 신평림(74) 할머니가 이 달 초 치른 고졸 검정고시에서 서울 지역 응시자 7,000여 명 가운데 최고령으로 합격했기 때문이다.
전남 영암에서 4남 2녀 중 셋째로 태어난 신 할머니는 1945년 해방 직전에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6·25가 터지던 해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이후 1남 6녀를 낳아 키우고 몇몇 손자까지 직접 길러냈다. 신 할머니는 1998년까지 12년 간 완구 공장에 다니면서 오가는 길에 영어학원만 보면 괜히 관심이 갔다. 영어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 같았다.
그는 2002년 나이에 상관없이 공부할 수 있는 학교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양원학교를 찾았다. 1주일에 3번 학교를 찾아 4시간씩 공부했고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할머니들은 수업 후 따로 남아 보충수업을 했다. 집에 와서도 참고서를 펴 들었다.
신 할머니는 영어가 어렵고 힘들면서도 가장 재밌는 과목이었다. 수학은 공식에 맞춰 응용하면 문제가 풀려 그나마 나았다고 한다. 그러나 대학에 가서 공부하고 싶은 과목은 한문이다.
"영어는 재미있기는 하지만 어려워서 전공으로 하기에는 벅찰 것 같아요. 한문을 공부해 노인복지관에서 한문을 가르치는 게 꿈입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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