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교육청이 도내 중·고교에 집단 따돌림으로 인한 교내 자살사건을 고의적으로 은폐·축소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이 담긴 자료집을 배포했던 것으로 29일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2002년 제작된 ‘학생 생활지도 길라잡이’라는 제목의 이 자료집(총 298쪽)에는 교내에서 학생이 자살했을 경우 사건이 복잡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미 숨진 상태라도 후송 중 숨진 것처럼 위장하고 가급적 병원으로 옮겨서 사망진단서를 떼라고 명시돼 있다. 또 수사기관이나 언론사가 파악하기 전에 자살한 학생이 쓴 유서 일기장 편지 등을 찾아내 학교에 불리한 내용을 손 볼 것을 지시, 경찰의 수사방해 등을 조장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자료집에 실린 일부 문구가 부적절하지만 매년 바뀌기 때문에 지금 이 자료집을 활용하는 학교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만약 학교에 이 자료집이 남아 있다면 모두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새로운 지침에는 상황실과 기획총괄 진상조사반 등의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할 것 만을 적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교육인적자원부는 경남교육청에 책자 전량을 수거·폐기처분토록 하고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토록 지시했다. 또 30일 감사실 직원 2명을 보내 실무지침 제작경위와 실제로 지침이 적용된 사례가 있는지 여부 등을 현장조사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타 시도에서도 유사 실무지침 자료가 있을 경우 면밀히 재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전교조의 한만중 대변인은 "교육당국이 최소한의 교육적인 권위와 지도력을 스스로 포기한 부도덕한 행위로 책임자를 문책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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