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유니세프의 행로 다시 논란/ 벨라미 총재 퇴임 앞두고 국제사회 문제 제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유니세프의 행로 다시 논란/ 벨라미 총재 퇴임 앞두고 국제사회 문제 제기

입력
2005.04.30 00:00
0 0

"당장 굶고 병든 어린이를 한 명이라도 더 살리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좀 더 많은 어린이가 학교에서 공부하며 미래를 꿈꿀 기회를 갖게 해야 한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의 활동이 어디에 주력해야 하느냐를 놓고 국제사회의 논란이 뜨겁다. 중심에는 이번 주를 끝으로 10년 만에 유니세프 총재 자리에서 물러나는 캐롤 벨라미(63·사진)가 있다.

그가 장기간 유니세프를 이끌면서 활동범위를 다양화한 것을 놓고 "설립목적에서 일탈한 월권 행위"라며 조직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주장과 "업적을 계승하자"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것.

빌 클린턴 집권 시절 임명된 벨라미 총재는 변호사, 은행가, 평화 유지군 활동가 등 다양한 경력을 지닌 자유주의 성향의 인물. 1946년 설립된 유니세프는 전통적으로 질병과 영양 부족으로 목숨을 잃는 어린이 수를 줄이는 데 활동의 초점을 맞췄다.

벨라미 역시 재직기간 중 전체 유아 사망률을 16% 가까이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그는 교육 등 어린이들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데에도 힘썼다. 학교에 가서 글을 배우고 자신의 소질을 개발하는 것이 진정한 생존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벨라미 총재는 여자 어린이의 교육을 강조했다. 그는"전 세계적으로 어린이를 돌보는 것은 아버지보다는 어머니"라며 "교육 받은 여자 어린이가 자라 직업을 갖게 되면 자식들을 교육시키고 건강하게 돌 볼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진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존스 홉킨스 블룸버그 보건대학의 로버트 블랙 학장은 "유니세프가 지난 10년 동안 유아 사망률을 줄이는 데 집중했더라면 매년 1,000만 명 가까운 어린이를 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국의 의학 잡지 ‘Lancet’의 편집장 리처드 호튼은 "유니세프가 여성의 교육과 인권에 치중하는 사이에 전세계 유아 사망률의 90%를 차지하는 42개 나라 어린이들은 병에 걸리고 말았다"며 "유니세프는 아이들을 살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낙태와 피임 기구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벨라미 총재의 주장도 팽팽한 찬반 양론을 불러 일으켰다. 벨라미는 강간 피해 여성에 한 해 사후 피임약을 쓸 수 있도록 하고 낙태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에이즈로 인해 부모를 잃을 어린이의 수가 2010년이면 전 세계 고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840만 명에 이를 것이라면서 콘돔 사용을 적극 권장해야 한다면서 유니세프 교육 프로그램에 이를 포함시켰다. 기독교 단체와 인권 단체들은 "있을 수 없는 일", "급진 페미니스트의 월권 행위"라며 펄쩍 뛰고 있다.

논란은 다음 주 앤 배너먼 새 총재 취임과 함께 새로운 국면에 접어 들 것으로 보인다. 조시 W 부시 미국 대통령 집권 1기 때 농무장관을 지낸 ‘보수파’인 배너먼 총재는 "어린이 교육과 여성 인권 등의 사회적 주제는 유니세프의 임무와는 별개"라고 언급한 바 있어 앞으로 유니세프의 활동을 유아 사망률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출 뜻을 내비쳤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