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나망가 계곡을 경계로 두 무리의 침팬지가 나뉘어 살고 있다. 어느 날 개발업자가 이들 중 힘 센 무리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생존 터전을 잃은 침팬지들이 계곡을 건너 약한 무리의 영역을 침범한다. 학살과 강간이 이어진다. ‘제노사이드(Genocide)’다.
소설 ‘다니’는, 야생 침팬지에게 수화(手話)를 가르치는 프로젝트를 맡아 현장을 찾은 중국계 미국인 동물행동학자 제니퍼의 시선으로 동물들의 폭력성을, 그 본능적·환경적 뿌리와 대안을 찾는 ‘지식소설’이다. 상식이나 교양적 지식과 일상적으로 삼투해 온 소설의 어떤 것이 ‘지식소설’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단순히 문학적 상상력과 이성적 사유의 결과물인 지식의 함량비에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질적인 두 재료를 장만해서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일이 관건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김용규·성규 형제 작가는 이 책에서 지적 긴장과 소설적 감동의 두 마리 토끼를 근사하게 포획하고 있다. 제니퍼와 침팬지 다니의 교감의 과정을 더듬어가는 감성의 문장과, 그 서사의 소설적 근거로 배치된 여러 동물행동학 이론들이 매끄럽게 전개된다. 제니퍼의 유년 경험에서 불거져 나오는 중국 문화대혁명의 광기를 매개로, 소설은 근·현대 인류사의 참혹한 폭력의 이면을 반추하고 그 이론적 뿌리를 깨닫게 만든다.
결국 이 소설 속 지식과 소설의 통정(通情)은, 폭력 너머를 동경해 온 인류 정신사의 오랜 당위로 맺어진, ‘적절한 관계’였던 셈이다. 두 작가는 전작 ‘알도와 떠도는 사원’(이론과실천, 2001)으로 이 영역에 꽤 의미 있는 발자국을 남긴 바 있다.
최윤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