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잡지 ‘라이프’의 발행인 헨리 루스는 곧 미국의 세기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리고 이는 10년도 채 안 돼 현실이 됐다. 그러나 60여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거꾸로 ‘미국의 몰락’을 예측하는 이들이 많다. 1997년 미국 신보수파와 강경 보수파가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라는 단체를 조직한 것은 미국의 몰락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상징적인 사건이다. ‘새로운 미국의 세기’란 말 자체가 미국의 세기는 끝났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표현이란 것이다.
그러면 실제로 미국이 몰락하고 있다고 주장할 만한 근거는 무엇인가. 이 책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먼저 20세기를 ‘미국의 세기’로 만들었던 요인이 무엇이었는지를 짚어 보고, 그것들이 아직 존재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조목조목 살펴본다.
이를 위해 저자들은 ‘세계체계분석’이란 틀을 빌려온다. 미국이라는 한 국가 만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전지구적 차원’, 즉 미국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세계 국가들간의 상호관계를 검토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특히 우리나라의 입장을 중심에 두고 미국의 몰락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한다.
미국은 어떻게 세계의 헤게모니를 장악했으며, 어떻게 흔들리게 됐는가. 세계체계분석에 따르면 한 국가가 헤게모니 국가로 등장하려면 고유의 자본축적체제와 국가간체계를 가져야 한다. 저자들은 헤게모니 상승국면에서 미국 자본주의는 한 기업 내에서 원료조달부터 생산, 마케팅까지를 수직적으로 통합시켜 거래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해준 법인기업을 새로운 기업조직 형식으로 삼아 발전했다고 본다.
미국이 헤게모니 국가로 부상하던 시기는 영국의 헤게모니가 해체되면서 민족국가의 수가 늘어나던 때이다. 미국은 이 신생 국가들을 적극적으로 포섭해 새로운 국가간체계를 만들어나갔다. 이때 미국이 활용한 것이 바로 발전주의의 신화와 냉전이었다. 발전주의의 신화는 ‘합의’의 측면으로서 일종의 당근이었으며 냉전은 ‘강제’의 측면으로서 채찍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기존의 자본축적체제와 국가간체계에 극심한 위기가 찾아와 또 다른 축적체제와 국가간체계가 성립되면 헤게모니가 다른 국가로 넘어가는, 즉 ‘체계의 카오스’가 발생한다. 이런 세계체계분석의 관점에서 저자들은 오늘날의 세계적 변화를 미국이 중심이 된 세계체계의 카오스가 발생할 징후로 본다.
미국주도의 자본축적체제는 달러의 위기로부터 흔들리기 시작했고, 미국 헤게모니의 금융적 팽창은 국가간체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한 세기 전 영국 헤게모니가 맞이했던 위기와 그 양상이 너무 달라 ‘미국의 몰락’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 결론을 맺는다.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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