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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화제/ 웃기는 者 성공한다 - 유머로 성공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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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화제/ 웃기는 者 성공한다 - 유머로 성공한 사람들

입력
2005.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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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녀가 영화관에 갔다. 여자가 "앞에 앉은 남자를 한대 때리면 손을 잡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남자가 "야 봉수야!"라며 쥐어박은 뒤 재빨리 "사람을 잘못 봤다"고 사과했다. 재미를 느낀 그녀가 "한번 더 때리면 키스를 허락하겠다"고 하자, "야 임마, 너 정말 봉수 아니야!"라고 한대 더 때린 뒤 불같이 달려드는 남자에게 "어쩌면 내 친구 봉수랑 그렇게 닮으셨냐"며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장난기가 발동한 그녀는 "한번만 더 때리면 결혼해 주겠다"고 말했다. 심호흡을 가다듬은 그는 영화가 끝난 뒤 출구를 나서던 앞줄 남자의 이마를 또 한대 쥐어박으며 이렇게 말했다. "야 봉수야!, 극장 안에서 너하고 똑같은 놈 봤다."

과천 관가 최고의 재담꾼으로 불렸던 임내규 전 산업자원부 차관(현 한국카본 부회장)이 재임시절 회의 분위기가 경색될 때마다 사용했던 유머 중 하나다. 그는 2003년 29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치고 퇴임하면서 150여편의 유머를 모아 ‘해사 유머모음집 봉수야!’라는 책을 펴냈다. 임 전 차관은 "직접 출판한 유머집이 3만권 넘게 팔려나가 1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고 전했다.

산자부에 임 전 차관이 있다면 청와대에는 권태신 경제정책 비서관이 있다. 권 비서관은 재정경제부에 근무할 때 한국 농담을 영어로 구사하는 방법으로 국제 협상 때마다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는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이던 2002년 3월 무디스가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외환위기 이후 5년 만에 A등급으로 상향 조정하도록 설득한 주역이다. 그는 이 때도 자신이 개발한 ‘국제화한 한국 농담’으로 협상을 주도했다. 당시 배석했던 재경부 관계자는 "협상이 위기에 몰릴 때마다 권 국장이 재치 있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신사가 외국 비행기 1등석을 타고 해외로 나갔는데, 식사시간에 스튜어디스가 다가와 베지테리언(채식주의자)이냐고 묻자 ’코리안’이라고 대답했다더군요." 이 농담 한마디에 심각한 회의장이 웃음바다가 됐다고 이 관계자는 회고했다.

좌중을 휘어잡는 재담수준이 임 전 차관과 권 비서관 수준은 아니지만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황영기 우리은행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신헌철 SK㈜사장 등도 주위에서 ‘성공한 웃긴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이 ‘웃긴 사람’이 된 것은 타고난 천성 때문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오’ 다. 임 전 차관은 "타고난 성격은 내성적이고 진지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진학 때부터 성격을 바꾸기 위해 재미있는 얘기를 들으면 더 흥미롭게 각색하면서, 방대한 유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권 비서관도 국제 회의에서 우리 농담을 선보이기 전에 부하 직원과의 회식 자리에서 폭발력을 사전 검증받는다. 재경부 관계자는 "효과가 검증된 영어 농담 하나를 만들기 위해, 권 비서관이 3~4번이나 각색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 등은 매월 1만원가량의 회비를 내고 전문가들이 개발한 유머를 제공받고 있다. 인터넷 유료유머제공 사이트 품위유머닷컴(www.opinity.co.kr)의 이상준 사장은 "김 부총리를 비롯한 오피니언 리더급 인사 1,000여명이 유료회원으로 등록돼 휴대폰이나 이메일 등으로 시의 적절한 유머를 제공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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