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과 대만 국민당 간의 국공(國共) 수뇌회담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29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려 양당간 적대 관계의 역사적 종식을 선언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롄잔(連戰) 대만 국민당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2시간에 걸친 회담을 갖고 양당 교류 정례화와 양안(兩岸) 공동시장 창설 등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양당 최고 지도자의 만남은 1945년 8월 장제스(蔣介石) 국민당 주석과 마오쩌둥(毛澤東) 공산당 주석이 충칭(重慶)에서 회담을 가진 뒤 60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제3차 국공합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 회담 의미와 내용 = 두 정당 대표는 공산당과 국민당 간에 56년간 지속돼 온 적대 상태의 종식을 선언했다. 이는 1949년 분단으로 끝난 국공 내전의 종결을 사후적으로 공인하는 것을 의미한다. 두 정상은 양안의 평화와 번영이 공통의 목표라는 점에 합의하고 동포 간의 교류 촉진 등 5개 항의 공동 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합의 사항은 ▦양안간 무력충돌을 피하고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는 기구 구성 ▦대화 회복과 양안 복지 공동 모색 ▦전면적 교류 촉진을 위한 경제협력 메커니즘 구축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활동에 관한 협의 촉진 ▦당대당 정기교류 채널 확보 등이다. 베이징의 정통한 소식통은 "후·롄의 공동의견은 서명이 없어 공식 합의 성격은 아니지만 양안 관계의 역사적인 이정표"라고 지적했다.
대만 정부는 대륙위원회 성명을 통해 "중국 공산당이 양안간 관계 개선에 무성의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후·롄 회담)이 양안의 긴장을 완화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 대만 정치상황 = 변화 국민당과 공산당은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는 공동 입장을 표명, 앞으로 국민당의 정치 노선과 대만 정치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민당은 양안 화해 카드로 올해 말 지방선거와 2008년 총통선거에서 부활하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대만 독립을 내세우는 민진당을 고립시키고 야당과 긴밀히 교류함으로써 대만의 정국 변화를 촉발하고 통일을 추진하는 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생각이다. 중국은 회담만으로도 반(反)국가분열법 제정으로 빚어진 양안 경색을 해소하는 한편 국내외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천명하는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 많다.
◆ 당황한 민진당 = 대만의 집권 민진당은 국민당의 방중을 "국가 공권력에 도전하는 행위"로 재차 규정했다.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은 28일 중국이 주장하는 ‘1국 2체제’식 통일 방식에 대한 거부 의사를 재천명했다. 민진당도 대만 공권력과 관련된 중국과의 협상, 중국 정부의 대만 지방화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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