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이 남긴 32개의 피아노 소나타는 그의 음악 역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자서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32개를 각각 별개의 작품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저는 하나의 작품으로 보면서 인간 베토벤의 전모를 그리고자 합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녹음에 도전하는 피아니스트 백건우(59)씨. 그를 27일 유니버설 뮤직 계열의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사 ‘데카 뮤직 그룹’ 런던 본사 사무실에서 부인인 영화배우 윤정희(60)씨와 함께 만났다. 평생 피아노 한 분야에 매진한 그에게는 여전히 순수함, 천진함이 있었다. 거장의 반열로 향하는 그이지만 대작 녹음을 앞둔 흥분이 느껴졌다. "저로서도 무척 큰 프로젝트입니다. 긴 여행이라고도 할 수 있고 모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리석어서 이런 도전을 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지만 많은 음악가들에게 베토벤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데카 뮤직 그룹의 코스타 필라바치 사장은 연습과 녹음에 3년이 걸리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 도전을 ‘에베레스트 등정’에 비유하며 세계 클래식 음악계의 큰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음반산업 큰 손들의 격찬 속에 진행되는 이번 프로젝트는 일본의 무명 피아니스트에 의한 녹음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아시아인 최초의 전곡 녹음이다. "서양 클래식 음악을 대표하는 작품을 메이저 음반사와 녹음한다는 것은 서양 음악계와 대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유럽인의 머리 속에는 클래식은 독일과 러시아의 문화유산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우리도 서양음악의 역사가 100년에 이릅니다. 당당하게 서양음악을 소화하고 그들이 못 느끼는 것조차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백건우씨는 5월까지 런던 교외에서 10일 동안 ‘템페스트’‘발트슈타인’‘열정’‘고별’ 등을 포함한 중기 소나타 11곡(16~26번)을 녹음해 오는 9월 음반을 발매한다. 내년 5월께 ‘비창’‘월광’‘전원’등 초기 소나타 15곡(1~15번)을 담은 두 번째 음반을, 2007년 10월께 말기 소나타 6곡(27~32번)을 담은 마지막 음반을 내고 사이사이에 한국, 중국, 유럽에서 연주회를 한다.
런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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