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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가장 효과적인 우울증 치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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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가장 효과적인 우울증 치료제

입력
2005.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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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유명 여배우가 우울증으로 자살한 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었다. 한국자살예방협회에 따르면 최근 10여 년간 월별 누적 자살자수는 환절기인 봄에 가장 많으며, 하루 평균 30명 이상이 자살로 죽는다. 자살 이유의 80%는 우울증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제 우울증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흔해 다섯 명 중 한 명은 걸릴 수 있는 병이다. 우울증 환자는 자살위험률이 일반인보다 18배나 높다. 그러나 우리는 그저 감수성 예민한 사람들의 ‘마음의 병’이라고 여겼지 방치하면 ‘죽음에 이르는 병’인줄 몰랐었다. 봄에 자살률이 증가하는 이유는 뇌가 계절적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체시계의 변화에 따른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으로 자살충동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컴퓨터의 운영체제가 전기시스템이라 한다면 우리 뇌의 운영체제는 화학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신경세포의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은 우리의 생각, 감정, 지각, 행동 등을 뇌 안에서 정해진 통로를 통해 전달해 주는 화학물질이다. 이 물질을 통해 우리는 느끼고, 생각하고, 학습하고, 행동한다. 그 중 세로토닌은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물질로 우울증과 자살충동은 세로토닌 결핍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세로토닌과 같은 화학물질의 부족이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화학물질 가설’은 반세기 전 최초의 항우울제가 개발된 것과 역사를 같이 한다.

우리 뇌에서 감정 조절은 화학물질의 불균형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일까? 핀란드 헬싱키 대학의 카스트렌 박사는 최근 신경과학지 ‘메이처 리뷰’에서 우울증은 ‘뇌 화학물질 불균형’에서 기인하는 게 아니고 신경세포들 간의 네트워크 이상에서 발생한다는 ‘네트워크 가설’을 제시했다. 왜 어떤 사람은 우울증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걸리지 않는지 아직 설명할 수 없다.

부모의 이혼, 조기 유학,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 등은 우리 아이들의 감정에 관여하는 신경 네트워크를 약하게 만든다. 약해진 신경세포 네트워크는 외적인 안정과 풍요 속에서 혹은 계절적인 미묘한 변화에 의해서도 우울증을 유발시킬 수 있다.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뇌신경과학 분야의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로 효율적인 우울증 치료제가 개발되길 기대한다.

아울러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변화되고,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공부는 좀 못해도 정말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주고, 격려하고, 관심을 갖고 대화한다면 우울증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처방이 될 것이다.

임혜원 KIST 의과학연구센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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