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격공시제도 실시로 그간 대표적인 불평등 과세로 지적됐던 단독주택(다가구 포함), 다세대, 중소형 연립주택에 대한 국·지방세 과세의 불평등이 해소되게 됐다. 하지만 짧은 준비기간으로 일부 공시주택가격이 시가와 크게 차이가 나는 등 부작용도 없지 않을 것으로 보여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 과세 형평성 제고 = 단독주택이나 다세대, 연립주택은 국세청이 토지·건물을 합산해 산정한 기준시가를 과세표준으로 삼는 아파트와 달리, 토지분과 건물분을 따로 과세하는 바람에 형평성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토지는 건설교통부의 공시지가, 건물은 행자부의 과세시가표준액을 기준으로 했으나, 과세시가표준액이 건물 면적과 건축연도 중심으로 일률적(㎡당 46만원)으로 부과돼 상대적으로 높은 과표가 부과된 지방의 단독주택 소유자들의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정부가 시가를 토대로 가격을 공시함에 따라 이런 불합리함이 사라지게 됐다. 같은 면적이라는 이유로 비슷한 세금을 냈던 서울과 지방의 단독주택 과표가 시세를 반영해 차별화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공시주택가격을 가격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적정시가의 80% 수준으로 책정했다. 또 적정가격 기준을 설정한다는 명분에 따라 개발예정지나 투기가 심화한 지역에서 가격이 급등한 경우는 공시가격에 반영하지 않았다.
◆ 어떻게 산정됐나 = 공시주택가격은 건설교통부에서 표준주택 13만5,000가구를 선정 평가한 뒤 이를 기준으로 전국 234개 시·군·구가 나머지 단독주택 419만 가구의 개별주택가격을 조사해 산정했다.
특히 올해는 주택 유형마다 공시 주체가 서로 달라, 개별 단독주택의 가격은 해당 시·군·구에서 가격을 공시하고 다세대 주택과 중소형 연립주택은 건교부에서 가격을 공시했다. 또 아파트와 대형연립주택은 다음달 2일 국세청에서 가격을 공시한다.
◆ 달라지는 것들 = 주택가격공시제도 도입은 부동산 시장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우선 아파트와 달리 가격 산정이 애매한 단독주택, 다세대, 연립주택의 가격산정이 상당히 명료해지게 됐다. 일반적으로 단독이나 다세대 주택은 세금 산정 시 활용하는 토지의 공시지가와 건물의 과세시가표준액 합계를 역추정해 시가를 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계산 방식이 전문가들도 헷갈릴 정도로 복잡해 일반인들은 적정한 시세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앞으로는 시가의 80%를 반영한 공시가격만 보면 쉽게 시가를 파악할 수 있다. 해당 시·군·구청이나 읍·면·동사무소에서 쉽게 공시주택가격을 열람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 투명성도 높아지게 됐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 고가 단독주택 살펴보니…/ 이건희회장 집 74억 ‘최고’
건교부가 각 시·군·구의 단독주택 가격을 공시하면서 최고가(74억4,000만원)로 평가한 주택의 소유주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1동 135의 50 일대 3필지에 걸쳐 있는 이 회장의 집은 지하 2층 지상 2층 규모로 대지 면적 2,133㎡(646평), 건물 연면적 3,417㎡(1,033평)이다.
2002년 고(故) 전낙원 파라다이스 회장에게서 사들인 이 집은 기존 건물을 완전히 헐고 현재 신축 중이다. 소유주는 이 회장으로 돼 있으나 대지는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와 차녀인 서현 제일모직 상무보가 각각 나눠 보유하고 있다. 공시가격이 실제 가격의 80% 수준에서 결정된 점을 감안하면 집의 가치는 90억원을 훨씬 넘을 것으로 보인다.
건교부가 1월 고시한 단독주택 표준주택 최고가인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27억2,000만원)보다 2.7배 높고, 국세청이 최근 매긴 기준시가 최고 아파트인 서초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3(180평, 32억4,000만원)보다 배 이상 높다. 이 회장이 현재 살고 있는 용산구 한남동 자택은 32억9,000만원으로 이사할 집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자택에는 각종 첨단 장치와 최고급 편의시설이 갖춰질 예정이어서 매매가 될 경우 호가는 130억~140억원을 웃돌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단독주택 공시가격 2위인 중구 장충동 280평짜리 주택(65억8,000만원)도 등기부 등본상 소유주로 돼 있다. 이 집은 한때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살았으나 지금은 비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이 회장은 국내 집값 상위 1, 2위 집을 모두 보유한 국내 최고의 재벌임이 입증됐다. 3위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동작구 흑석동 221평 단독주택( 61억6,000만원)이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성북구 성북동 자택(147평)은 45억4,000만원으로 6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으며,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성북동 자택(211평)도 41억3,000만원으로 10위권에 이름을 내밀었다.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아들 조현범 상무의 성북동 집(143평)은 44억7,000만원으로 7위에 기록됐다.
재벌 총수들의 자택을 살펴보면 삼성 이 회장과 함께 ‘부자동네’ 한남동에 사는 구본무 LG회장의 집은 18억4,000만원이며, 용산구 이태원동의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집은 26억8,000만원이었다. 자산총액으로 재계 2위인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의 한남동 자택 공시가격은 18억3,000만원으로 집값 순위에서는 상위권에 끼지 못했다.
반면 성북구 성북동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의 대지 1,685.96㎡(510평) 자택은 33억3,000만원, 박용오 두산그룹 회장의 성북동 고급빌라는 12억4,800만원을 기록했다. 이밖에 종로구 가회동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집은 39억9,000만원, 종로구 신문로의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 자택의 공시가격은 27억3,000만원으로 확정됐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이 살았던 종로구 명륜동 빌라의 공시가격은 2억400만원으로 조사됐다.
전통적인 부호들이 많이 거주하는 성북구는 고가의 단독주택이 많아 한국의 ‘비벌리힐즈’로 확인됐다. 이 지역은 단독주택 최고가격 1~10위 중 5곳이 포함됐고, 가장 비싼 집은 공시가격 53억1,000만원인 128평짜리 주택이었다.
김혁기자 hyukk@hk.co.kr
■ 稅부담 얼마나 느나/ 성북동 13억짜리 단독 보유세 올 69만원 올라
전국 단독·다세대 주택에 대한 주택가격을 공시함에 따라 최근 집값이 크게 오른 서울과 수도권, 충청권의 주택 소유자들은 세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면적과 건축 연한을 기준으로 삼았던 단독주택 보유세 부과 기준이 실제 가격의 80% 수준인 공시 주택가격으로 바뀌게 돼 면적에 비해 값이 비싼 고가 주택 소유자들의 세 부담도 커지게 됐다. 취득·등록세의 경우 5월부터 5~10% 정도 오를 전망이다. 5.8%였던 기존 거래세율이 올 초 4.0%로 인하됐지만 세금 부과 기준이 되는 과표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 보유세 = 보유세 과표는 통상 시가의 30~40% 수준인 지방세 과세표준액에서 시가의 80% 수준인 공시 주택가격으로 바뀐다. 하지만 급격한 세 부담 증가에 따른 조세 저항을 막기 위해 올해는 공시 주택가격의 50%만 적용된다. 또 전년에 낸 세금의 50% 이상은 내지 않도록 했다. 예컨대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13억4,000만원짜리 단독주택의 보유세는 지난해 약 240만원에서 올해 309만원으로 69만원 정도 오르게 된다.(표 참조)
이 주택은 9억원 이상이기 때문에 올해부터 시행되는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된다. 올해 적용되는 과표(공시가격의 50%인 6억7,000만원)에서 종부세 과표(9억원의 50%인 4억5,000만원)를 초과한 2억2,000만원에 대해 0.5%의 종부세율을 적용해 나온 110만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이 주택 소유자는 보유세와 종부세의 합인 419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지만 ‘세부담 증가분 상한선 50%’룰을 적용받아 올해는 지난해 보유세 240만원과 그 절반인 120만원을 더한 360만원을 내면 된다.
반면 경북 구미시 형곡동 9,600만원짜리 단독주택은 과표가 지난해 4,500만원에서 올해 4,800만원으로 소폭 증가하지만 세율이 낮아져 실제 보유세는 15만8,000원에서 올해 8만4,000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 거래세와 양도·상속·증여세 = 거래세 과표가 이미 70~80% 수준까지 올라갔기 때문에 단독주택 공시 주택가격이 시세의 80% 수준까지 올라도 세 부담에는 큰 변화가 없다. 거래세 과표도 보유세와 마찬가지로 면적과 건축연한에서 공시 주택가격으로 바뀌기 때문에 지역별로 세금 부담이 달라진다. 그 동안 면적이 작고 오래됐다는 이유로 시가에 비해 과표가 낮았던 서울 강남권과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충청권 등에서는 세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지방은 대체로 거래세가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양도ㆍ상속ㆍ증여세도 과표가 오른 만큼 대체로 세금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 충청권 등 주택투기지역은 이미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양도세가 부과되고 있어 이들 지역에서는 이번 주택가격 공시에 따른 세금 증가는 없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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