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節稅)를 위해서라면 정통성도 중요치 않다.’
최근 주요 대기업이 지주회사 체제를 출범시키거나 다른 경쟁업체를 인수·합병(M&A)하면서 한 푼의 세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절세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농심그룹 지주회사인 농심홀딩스가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를 이유로 자회사인 농심 지분을 대폭 늘린 이면에는 법인세를 줄이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우리투자증권 황호성 연구원은 "농심홀딩스가 농심 지분을 확대한 것은 배당소득 2중 과세를 피하기 위한 포석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농심홀딩스는 26일 618억원을 들여 자회사인 율촌화학과 신춘호 회장의 장녀인 윤경씨로부터 각각 8만6,000주와 10만주를 사들여 지분을 30.8%에서 34.5%로 끌어올렸다.
황 연구원은 "상장법인의 자회사 지분비율이 40% 이하이면 배당수익의 40%에 대해 과세가 이뤄지지만 40%를 넘으면 10%로 줄어든다"며 "농심홀딩스는 지분율이 40%를 초과할 경우 세금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농심홀딩스가 지분율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지분을 추가 매집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을 인수한 동원금융지주는 절세를 위해 40년 가까이 사용한 이름을 포기했다. 동원금융지주는 동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합병하면서, 합병 이후의 존속 법인으로 동원증권 대신 한국투자증권을 남기기로 했다. 이로써 동원금융지주의 모태로 1968년 설립된 동원증권은 서류상 37년만에 사라지게 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비록 서류상이지만 인수 주체가 피인수 기업에 흡수되는 일이 발생한 것은 세금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이 부실 금융기관 시절 초래한 막대한 이월결손금을 이용해 법인세를 줄이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통합 증권사는 2007 회계연도까지 기존 한국투자증권의 이월결손금을 이용할 수 있는데, 향후 3년간 통합 증권사가 매년 3,000억원 정도의 순이익을 낼 경우 절세 규모가 2,7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피인수 회사가 존속법인으로 남는 사례는 하나증권이 대한투자증권을 흡수하는 과정에서도 반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다른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이미 서울은행을 합병할 때도 서울은행을 존속법인으로 남겨 법인세를 감면받은 사례가 있다"며 "이번에도 똑같은 행태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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