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낙산사 사태를 막아라!"
28일 오후 충북 영동군 양산면 누교리 천태산에서는 화마에 갇힌 천년고찰 영국사(寧國寺)를 지켜내기 위한 사투가 벌어졌다. 인근 가선리 야산에서 발생한 불은 초속 11c의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영국사 앞까지 밀려왔고 오후 5시께는 사찰 전방 300c까지 들이닥쳤다. 산림청과 군은 헬기 11대와 소방차 10여대를 동원, 산불 길목인 사찰 위쪽과 아래쪽 숲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공무원 군인 등 1,500여명은 이중으로 인간 방어벽을 쌓았다.
영국사 스님들은 물론, 산불 소식을 듣고 속리산 법주사와 타 지역에서 달려온 스님들까지 법당 주변에 물을 부었고 신도 50여명도 달려와 양동이로 계곡물을 길어 날랐다. 신도회장 배상우(74)씨 등은 조선후기 불화의 대표작으로 평가되는 영산회후불탱(보물 1397호)을 비롯한 불상과 사찰 현판 등 100여점의 유물을 트럭으로 날라 다급하게 아랫마을로 옮겼다.
이러기를 3시간여. 불길과 진화대의 밀고 밀리는 접전 끝에 대웅전 50여c 앞까지 들이닥쳤던 불길이 간신히 잡혔다.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영동소방서 허창구(35) 소방교는 "이렇게 급박하고 마음 졸인 화재 현장은 처음"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영국사는 신라 문무왕 8년(668년) 원각대사가 ‘만월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했다.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곳에 머물며 백성의 편안함을 기원한 후부터 ‘영국사’라 불렸다.
사찰 앞마당에는 천연기념물 223호 은행나무(높이 31c, 둘레 11c, 수령 600여년)가 있다. 부도(보물 532호) 삼층석탑(533호) 원각국사비(534호) 망탑봉 삼층석탑(535호)이 보물로 지정됐고 해체복원 중인 대웅전(충북도 유형문화재 61호)등 문화재가 가득하다.
영동=한덕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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