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계의 슈퍼스타 마돈나가 2001년 터너예술상의 시상자로 런던 갤러리 시상식장에 나타났다. 터너예술상은 그 해의 가장 뛰어난 전위작가에게 주는 상. 그녀는 수상자 마틴 크리드에게 상금과 상장을 수여하는 도중 욕설을 해서 생중계를 하던 방송사가 긴급 사과문을 내보냈다.
그녀는 "최고의 예술가에 대한 시상식이 다소 이상하다. 형식적인 잣대로 예술의 진실함을 평가하려 할 때마다 내가 얘기하고 싶은 건 (욕설), 모든 작품들이 승자란 것이다. 최고의 무엇이란 없다. 단지 의견만 있을 뿐이다. 시상식이란 것 자체가 우습다"고 말했다.
상은 수여기관이 주는 것이다. 들러리인 시상자가 남의 집 제사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격에 맞지 않는다. 그러나 터너예술상은 애시당초 격을 따지는 상이 아니었다.
이미 있어왔던 익숙한 것, 너무 익숙해서 불편함이 없는 것은 전위가 아니다. 낯선 것, 불편한 것, 심지어는 생뚱 맞거나 충격적인 것이 전위의 본질이다. 우리는 익숙한 것을 쉽게 지나친다. 그러나 낯선 것에서는 인식의 브레이크를 밟는다. 나에게 저것은 왜 낯선 것일까. 나는 너무 안온한 세계에만 거주한 것은 아닐까. 어쩌면 내가 믿는 세계가 다는 아닌지 모른다. 낯선 것들을 간과하지 않고 던지는 이런 질문들이 우리를 일상의 익숙한 세계로부터 끌어내 새로운 세계와 대면케 한다.
마돈나가 터너예술상의 취지를 정확하게 인식했는지는 모르지만 "모든 작품들이 승자"라는 마돈나의 발언은 전위예술의 본질을 명민하게 간파한 말이다. 터너예술상이 진정한 전위작가에게 주어지는 상인지는 모르겠지만 마돈나, 스타는 스타다. 매체나 대중의 권력 앞에 기죽지 않는.
김보일 배문고 교사·책 칼럼니스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