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신님께 비나이다, 비나이다…."
28일 오전 강원 홍천군 내면 광원리에서 한국산삼협회(회장 채준기) 회원 등 전국 심마니 150여 명이 산신에게 무사고를 기원하는 ‘을유년 심마니 산신 대제’가 열렸다.
산삼 캐기 경력 60년이 넘은 어인마니(최고 권위의 심마니) 김진성(80)씨가 축문을 읽자 40년 경력의 손명석(62)씨가 ‘심마니 선언문’을 낭독했다. 산삼협회 감정위원인 손씨는 예로부터 산삼이 자주 나오는 오대산 일대의 최고 어른인 김진성씨의 후계자.
그는 인헌무공훈장을 받은 베트남전 참전용사다. 백마부대의 칸정 영마작전 때 입은 복부 파편상으로 고생하다가 건강을 위해 산에 올랐고 김씨를 만나면서 천직을 얻게 됐다. 손씨가 기자에게 평생 체험을 토대로 살그머니 알려 준 산삼 캐기의 비결은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산에 가기 며칠 전부터는 부부관계도 갖지 않고, 닭고기와 개고기 등을 멀리하며 말 수도 줄입니다. 영물로 통하는 산삼에 예의를 갖추는 것이지요. 산삼을 발견하면 ‘심봤다’를 세 번 외치고 절을 두 번 한 뒤 주변 심마니를 모아 캡니다. 2002년 철원 쪽 지산 7부 능선에서 캔 천종(자연에서 발아돼 자란 천연 산삼)은 3,400만원에 팔렸지요."
좋은 꿈을 꾸고도 못 캐는 경우도 있다. 함께 나선 동료가 부정을 탔을 때가 그렇다. "절벽에서 쩔쩔 매는 노인과 며느리, 애들을 제가 구해냈지요. 노인은 묵은 삼을 암시하는 전형적인 심마니들의 길몽이었습니다." 하지만 산삼은 나타나지 않았다. 알고 보니 선배가 산신제용 음식을 산 가게는 상을 치르는 중이었고, 후배는 막내 딸 출산 때 직접 아이를 받느라 손에 피를 묻혔다. "일반인들에게는 미신이지만 우리가 산에서 혼자 자도 무섭지 않은 것은 산신을 믿기 때문이지요."
그는 흔히들 100년 묵은 산삼을 얘기하지만 심마니들도 평생 한 뿌리 캘까 말까 한다고 했다. "2000년 경매에서 1억원을 넘긴 120년 산 천종이 있었지요. 심마니의 동생이 우연히 따라갔다가 캔 경우였어요. 운이지요. 로또 당첨되는 것과 같아요." 자녀들은 산삼을 많이 먹여 건강하겠다는 물음에 그는 "농사 짓는 사람들 좋은 건 다 팔아먹지요. 돈이기 때문에 못 먹지요"라며 껄껄 웃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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