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역촌동에 사는 주부 김모(32)씨는 설 선물로 받은 올리브유 세트를 아직 그대로 쌓아놓고 있다. 몸에 좋다는 말은 수없이 들었지만 생선구이에 사용했다가 독특한 향 때문에 남편이 질색을 했던 탓이다. 게다가 여러 종류의 올리브유가 어떻게 다른지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김씨는 할인점 오일 매장까지 둘러봤지만 황당함은 더했다. 스페인산 ‘라파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는 1ℓ에 9,800원인데 그리스산‘시티아 시티아 유기농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는 500㎖짜리가 1만7,000원으로 가격차이가 3~4배나 됐다. 대상의 퓨어 올리브오일(500㎖)은 4,900원. 왜 이렇게 가격 차이가 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올리브유 선별법을 알아보자.
◆ 올리브유 라벨 읽기
올리브유 라벨만 읽을 줄 알아도 문제는 쉬워진다. 올리브유는 품질등급과 산도가 확실한 선택기준이 된다.
품질등급은 보통 라벨의 가장 위에 표시돼 있다. 좋은 것부터 ‘프리미엄 엑스트라 버진(premium extra virgin)-엑스트라 버진(extra virgin)-파인 버진(fine virgin)-버진(virgin)-오디너리 버진(ordinary virgin)-리파인드(refined)’순이다. 엑스트라 버진부터 버진까지가 주로 팔린다.
퓨어(pure) 등급은 이 서열에 속하지 않는 ‘혼합 올리브유’다. 버진 올리브와, 한번 짜고 나서 정제한 올리브를 섞었기 때문에 품질이 약간 떨어진다.
품질등급은 좋지 않은 유리지방산이 몇% 포함됐느냐에 따라 나뉜다. 설명서에 쓰인 산도(acidity)가 그 함유율인데, 엑스트라 버진부터 순서대로‘0.2도-1도-1.5도-2도-3.3도-3.3도 이상’이다. 퓨어 올리브유는 대부분 3도 이상이다.
라벨 아래쪽에는 원산지와 유효기간이 적혀 있다. 생산자와 농가까지 표시돼 있는 경우 믿을 만한 상품이다.
◆ 올리브유 초보자는
처음 올리브유를 먹을 때는 독특한 향과 맛에 오히려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저렴한 퓨어 올리브유를 선택하는 게 좋다. 퓨어는 향이 약하고 맛이 부드러우며 값도 저렴해 튀김, 구이 등에 적합하다. 다만 샐러드 무침 등 날로 먹을 때는 높은 등급의 올리브유를 써보자. 또 최대 올리브유 생산국은 스페인이지만 강한 향을 피하려면 이탈리아산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올리브유의 색깔은 노란색부터 푸른 빛이 도는 것까지 다양하나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전문가들은 침전물이 약간 있으면 맛이 풍부하다고도 말한다. 다만 빛에 노출되면 좋지 않기 때문에 선반 안쪽 것으로 고르고, 집에서도 그늘진 서늘한 곳에 둬야 한다.
◆ 피부에 바를 때
올리브유는 고온 튀김요리만 뺀다면 모든 음식에 식용유처럼 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미용재료로도 즐겨 쓰인다.
클렌저가 없을 경우 부엌의 올리브유로 화장을 지우는 이들도 있다. 올리브유와 소금을 섞어 몸을 마사지한 후 씻어내거나, 올리브유와 레몬주스를 섞어 발라 주름을 예방할 수 있다는 등의 민간요법이 유럽에서 전해 내려오고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식용 올리브유는 피부에 트러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제과정을 거친 전용 오일을 쓰거나 가능한 한 엑스트라 버진을 쓰는 게 좋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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