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이란 검찰이 수사의 주체이고 경찰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하게 되어 있는 현행 수사구조를 개편, 경찰도 수사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자는, 말하자면 수사권의 배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가을 ‘검·경 수사권조정협의체’와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수사권조정자문위원회’가 구성돼 활동 중이다. 하지만 수사 주체와 지휘권 문제를 둘러싸고 양 기관은 첨예한 공방을 벌여 왔으며 아직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경찰은 오래 전부터 현행 수사구조는 해방 직후 일본 군국주의 시대의 유물을 그대로 계승한 것으로 전근대적이며 비민주적이라고 비판해 왔다. 경찰은 수사를 할 때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한 규정 때문에 경찰이 검찰에 예속되어 있다며 앞으로 경찰과 검찰의 관계를 상호 협력관계로 재정립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국민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큰 것이 수사권이기 때문에 수사권을 이원화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과 대등한 지위를 경찰에 인정할 경우 제대로 된 수사 지휘가 어렵다는 논리를 편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경찰과 검찰이 수사권과 소추권을 나누어 갖거나 양 주체가 모두 수사의 개시와 진행에 관여하는 등 양 기관은 어느 정도 대등한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생각건대 현행 수사체계는 국민의 권익보호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형사사법 서비스를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
경찰의 권한이 위축된 결과 공정하고 효율성 있는 수사가 이루어지지 못하거나 번잡한 수사지휘 절차로 인해 비효율과 국민의 불편이 초래되기도 한다. 따라서 국민의 인권과 권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수사권의 경우 권한집중보다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수사기관과 소추기관이 분리되고 경찰이 검찰과 대등한 책임의식을 갖게 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권한 조정은 불가피하다. 물론 경찰이 수사의 주체가 되더라도 수사과정 및 소추과정에서 양 기관은 상호 긴밀하게 협력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입장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력기관의 상징인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조정을 둘러싸고 빚고 있는 갈등에 대해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국민들의 눈에 둘의 다툼은 밥그릇 싸움 정도로 비치는 게 현실이다. 더구나 경찰과 검찰 모두 ‘국민의 권익보호’를 위해서 수사권을 나누어 갖거나 독점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국민들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그 동안 수사과정에서 인권과 권익 침해를 경험한 국민들은 그러한 인권침해가 단지 ‘수사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개시, 진행하고 검찰에 송치하기 전에는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아도 되는 형태로 수사구조를 바꾼다고 해서 자동으로 국민의 권익이 보호된다고 믿지도 않을 것이다.
수사구조의 개편과 더불어 수사 관계자의 인권의식과 준법의식을 제고하여야만 개편된 수사구조가 국민의 권익보호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수사구조의 민주적 개편을 요구하는 경찰은 과거의 인권 침해적이고 비민주적인 수사 관행에 대해 떳떳이 진실을 밝히고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
김인재 상지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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