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로부터의 따돌림을 받던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이 가족과 학교의 무관심 속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7일 오후 4시께 부산 연제구 모(41)씨의 집 안방에서 그의 딸 A(12)양이 장롱 옷걸이에 전선으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친구(12)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숨진 A양은 ‘일기주제 : 떠나고 싶다’라고 제목을 단 26일자 일기장에서 "쉬고 싶다. 아무데나 떠나고 싶다. 이 힘든 세상 어떻게 살아남을지 고민이다. 살아가는 시간은 길고… 왜 태어났을까. 속상한 이 마음 지들이 아느냐"고 또박또박 썼다(사진).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들의 이름과 함께 "학교에 가면 이상한 별명으로 놀린다. 스트레스를 받아 머리카락이 다 뽑힌다"는 등의 내용을 한 페이지 빼곡하게 적어 놓았다.
경찰조사 결과, A양은 25일부터 등교하지 않았는데 이날 오후 "몸이 아파서 등교를 못했다. 내일은 꼭 가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담임교사에게 보냈고, 결석 사흘째인 27일 같은 반 학생들이 A양의 집으로 찾아가서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A양은 3년 전 가정불화로 부모가 이혼한 후 불안한 심리상태를 보여 왔으며, 회사원인 아버지와 고교생인 오빠는 A양보다 먼저 집을 나서고 늦게 귀가하는 탓에 A양이 사흘째 결석한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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