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독립의 혼인 김구 선생을 진정으로 사모한 중국 처녀가 있었습니다. 그 가슴 시린 순애보를 영화나 장편 드라마로 만들고 싶네요."
중국의 유명 여류 작가 샤녠성(夏輦生·57)씨가 57세의 백범 김구 선생과 스무살 중국 처녀뱃사공의 사랑을 그린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자신이 5년 전 발표한 실화 소설 ‘선월(船月)’을 재구성한 이 작품에서 그는 신문사 문학담당 기자 출신답게 사실적 묘사와 현장감 넘치는 필치로 백범의 개인사를 복원했다. 37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이 순애보는 ‘백범일지’에도 나오는 실화다.
무대는 1932년부터 중일전쟁이 일어난 1937년까지 5년간 상하이 부근의 저장(浙江)성 자싱(嘉興)과 난징(南京). 당시 임시정부 국무령이었던 백범은 왜경에 쫓겨 자싱으로 피신한다. 장쩐치우(張震球)라는 이름의 광둥(廣東) 출신 상인으로 행세하던 백범은 그곳에서 신변 안전을 위해 처녀뱃사공 주아이바오(朱愛寶)와 위장결혼을 한다.
주아이바오는 중국말이 서툴지만 학식과 인덕이 높은 남편을 ‘대인(大人)’으로 알고 존경한다. 백범 역시 "저는 보답을 생각하지 않아요. 평생동안 선생님을 위해 노를 젓겠어요"라며 따르는 아내를 점차 사랑하게 된다. 둘은 나중에 김구 선생이 피신처를 난징으로 옮긴 뒤에도 다시 만나는 등 사실상 부부애를 나누고 살았다.
실제로 ‘백범일지’에도 "내가 남경을 떠날 때 데리고 있던 주애보를 제 고향 가흥으로 돌려보냈다. 두고두고 후회되는 것은 그때 여비 100원만 준 일이다. 나와는 부부 비슷한 관계도 부지 중에 생겨서 실로 내게 대한 공로란 적지 아니한데…"라며 안타까운 심경으로 주아이바오를 회고하는 대목이 나온다.
헤어지는 날까지 남편의 신분을 몰랐던 주아이바오는 훗날 임시정부의 문지기를 했던 중국인으로부터 우연히 백범의 암살 소식을 접하게 된다. ‘꿈에도 그리던 남자’가 일국의 위대한 혁명가였으며, 동포의 총에 맞아 쓰러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이바오는 오열한다. 시나리오는 거기서 끝을 맺는다.
샤넨성씨는 이 작품이 한중 양국의 우의를 돈독하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급적 영화나 드라마를 한중 합작으로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일부 중국 방송국에서 시나리오를 보고 당장 드라마로 만들자고 했으나 한국인과 뗄 수 없는 스토리인 만큼 한국인과 함께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양국의 문화 교류일 뿐 아니라 세계 평화와 역사적 정의를 살리는 일이도 합니다."
그는 소설 ‘선월’ 외에도 김구 선생의 중국 내 독립운동 행적을 다룬 ‘호보류망(虎步流亡)’과 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다룬 ‘회귀천당(回歸天堂)’을 저술하는 등 중국 내 한국 독립운동을 시리즈로 소설화, 중국인에게 한국의 독립운동을 알려왔다.
상하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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