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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개나리와 라일락이 얼굴을 마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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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개나리와 라일락이 얼굴을 마주하고

입력
2005.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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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원형 경기장을 아무리 빨리 달려도 자기의 뒤꽁무니를 볼 수는 없다. 그것은 앞으로 달리는 게 자기 자신이니 그렇다지만, 꽃 중에도 이 비슷한 것이 있다.

어른들은 어렵게 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이라고 했다. 봄과 여름동안 잎이 나 있을 때는 꽃이 피지 않고, 가을이 되어 꽃이 필 때는 잎이 지고 없어 사람들은 꽃은 잎을 생각하고 잎은 꽃을 생각한다고 하여 상사화라는 이름을 붙였다. 우리말로는 꽃무릇이다. 한 몸에서 나는 꽃과 잎이 평생 서로 얼굴을 볼 수 없는 것이다.

이것과는 또 다르게 시기적으로 서로 얼굴을 볼 수 없는 꽃이 있다. 이른 봄에 피는 매화와 가을에 피는 국화도 그런 셈이지만, 같은 봄에 피는 꽃들 가운데에서도 그런 것이 있다. 개나리와 라일락은 서로 꽃으로 얼굴을 대하지 않는다. 나는 이제까지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며칠 전 집 뒤편으로 난 산책로를 걷다가 개나리와 라일락이 함께 피어 있는 모습을 보았다. 단지 안의 한 정원에서도 두 꽃이 마주 얼굴을 대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꽃소식이 늦은 올 봄의 날씨가 정말 이상했던가 보다. 길을 걷다가 그 진귀한 모습을 오래 바라보았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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