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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30년 베트남 리포트/ 과거의 적대 ‘훌훌’ 동반자로 ‘훨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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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30년 베트남 리포트/ 과거의 적대 ‘훌훌’ 동반자로 ‘훨훨’

입력
2005.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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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과 한국은 1992년 공식수교한 이래 급속히 교역량을 늘리며 과거의 정치·군사적 적대관계에서 현실의 경제 동반자로 빠르게 관계를 변화시켜 왔다. 수교 당시 4억 9,300만 달러이던 양국 간 교역량은 지난해 39억 3,000만 달러로 8배 증가했다. 중국(71억 9,000달러), 일본(70억 6,000달러), 미국(61억 2,000달러), 싱가포르(50억 달러), 대만(46억 달러)에 이어 한국은 베트남의 6위, 베트남은 한국의 25위 교역파트너가 됐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약 30만명의 현지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특히 2001년 베트남과 미국 간 무역협정이 체결돼 베트남이 대미 우회수출의 전진기지가 되면서 한국의 베트남 직접투자는 처음으로 연간 투자액이 1억 달러를 넘어서고, 이후 지난해까지 대만에 이어 2위를 지키고 있다.

현재 베트남은 한국이 가장 많이 투자하는 국가 중 4위에 올라있다. 20일 베트남을 방문한 이해찬 총리는 2010년까지 양국의 교역량을 두 배인 80억 달러 수준까지 늘리겠다는 공동언론발표문을 발표했다.하지만 교역량의 증가만큼이나 진정한 동반자적 관계가 형성됐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현지 교포사회는 회의적이다.

김영웅 KOTRA 하노이 무역관장은 "따지고 보면 베트남만큼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확실한 친구로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찾기 힘들다. 일본이나 중국처럼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도 않을 뿐더러 놀라우리만큼 유사한 문화적, 인종적, 정서적 배경으로 쉽게 서로를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는 거꾸로 한국과 베트남이 아직 그 가능성에 비해 충분히 가까워져 있지 않다는 말이다.

사실 양국 간의 교역량 증가 이면에는 무역불균형 심화라는 문제가 있다. 베트남은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무역흑자국으로 2003년 처음으로 흑자규모가 20억 달러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25억 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베트남 수출액 32억 6,000만 달러의 79.3%에 해당한다. 1992년 이후 무역흑자 누적액은 142억 달러에 이른다.

이러한 양국 간의 심각한 무역불균형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베트남에 대한 정부 공적원조자금(ODA)은 일본에 비해 10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한국기업의 철저한 임가공형태 기업운영도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 이한철 KOTRA 호찌민 무역관장은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들은 한국 모기업을 통해 주문을 받고 거의 모든 원부자재를 수입해 베트남에는 인건비와 공장운영비밖에 떨어뜨리지 않는다"며 "이익의 일부를 이곳 사회발전에 환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트남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쩐 딩 티엔 교수는 "한국과 베트남이 진정한 동반자가 되기 위해서는 양국민의 친근감을 바탕으로 한 보다 장기적이고 치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노이=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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