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들은 베트남에 마음의 빚이 있다. 마음의 빚이 있기에 그만큼 베트남의 성공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지난해 10월 베트남을 방문하고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베트남 국부 호찌민 묘소를 참배한 노무현 대통령이 한 이 말은 한-베트남 관계를 함축한다.
1992년 12월 국교를 수립한 양국은 21세기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한층 강화하면서 서로의 발전을 기원하는 우방으로 발전하고 있다.
정치 외교면에서 양측은 속내를 털어놓는 수준이다. 지난해 7월 베트남은 탈북자 486명을 한국으로 송환했다. 북한과의 관계악화가 뻔히 예상됐고 송환 직후 북한은 베트남 정부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물론 공산당 지배의 베트남은 북한과의 전통적 우호를 견지하면서 한국과의 실질적 협력을 강화하는 외교적 기조는 유지하고 있다.
양국의 향후 관계 발전은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하는 데 달려 있다. 먼저 한국군의 파병으로 발생했던 베트남측 상처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이다. 베트남은 전쟁의 승자라는 관점에서 한국군 파병의 후유증에 대해 현재까지 어떠한 요구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 내 민권이 신장될 경우 당시 피해자들의 입장을 베트남 정부가 마냥 무시하지는 못 할 것이다. 최근 베트남 내 한국기업의 노사분규 이면에는 이러한 국민감정이 녹아있다.
아울러 베트남 시장으로 밀려들고 있는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EU)의 자본에 맞서 한국이 베트남에서 현재 누리고 있는 우월적 지위를 고수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새겨들어야 할 사항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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