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하면 느끼는 가슴 뭉클함….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런 대상이 한 사람 더 있습니다. 바로 아버지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어머니가 많이 아프셨습니다.
읍내 병원에서 며칠간 입원까지 하셨는데도 도무지 차도가 없으셨습니다. 다급하신 외할머니께선 어머니를 산 속에 있는 조그마한 절에 데리고 가셨습니다. 마음 편하게 요양이라도 하라는 의미였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으시더군요. 어머니가 곧 돌아가시게 생겼는데도 말입니다.
절에 계신지 이틀째. 여전히 별 차도가 없으신데도 아버지는 저 보고 가자고 하시더군요. 어머니 혼자 남겨 두고 집으로 가자는 아버지가 미웠습니다. 소매자락으로 눈물을 훔치고 계시는 외할머니를 뒤로 한 채 저는 아버지 손에 이끌려 집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심한 산새 소리만 울려퍼졌습니다.
마음이 시리게 아팠습니다. 울음을 참으려고 이를 악물었지만 결국 서러움에 북받쳐 눈물을 주르륵 흘리자 "사내놈이 눈물이 많아서 어디 써 먹노?" 하시던 아버지…. 아버지는 집에서 말없이 약주를 드셨습니다. "너희 엄마가 많이 아파서 속상하다"고 말씀하시곤 얼굴을 돌리신 아버지. 언제나 강하고 무서운 줄만 알았던 그 엄한 표정에서 그만 눈물 방울을 보았습니다. "엄마 앞에서 아버지가 약하게 보일까 봐 집으로 왔다. 아버지가 울면 엄마가 더 힘들잖아?"
그때 저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아버지의 뜻을 헤아리지 못한 제 자신이 너무나 미웠습니다. 저녁 노을에 비친 아버지의 야윈 얼굴이 그 날 따라 어찌나 쓸쓸하게 보이던지…. 미안함과 부끄러움으로 흐느끼는 저의 어깨를 양손으로 포근히 감싸주시며 다독여 주시던 아버지. 지금도 그 때의 따뜻했던 손길 잊을 수 없습니다. 아버지, 자주 찾아 뵙지 못하는 현실에 그저 죄송스러울 뿐입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해 보지 못 했던 말을 오늘은 꼭 하고 싶습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한석순·경기 의왕시 부곡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