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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무균 원숭이’의 떼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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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무균 원숭이’의 떼죽음

입력
2005.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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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영장류센터의 ‘무균 원숭이’ 99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20일 밤 연구원의 대형 변압기가 불타며 온도조절기가 이상을 일으켜 일부 사육실의 기온이 치솟은 것이 원인이다.

실험용 원숭이는 특수환경에서 사육된다. 완전 멸균 처리한 사료를 주고, 고성능 필터를 거친 청정 공기만을 공급한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무균 상태의 원숭이여야 ‘간섭’이 배제된 정교한 실험 결과를 보여준다. 다만 특수시설 마련에 기술적 부담이 따르고, 마리당 연간 1,000만원 정도의 사육 비용이 든다. 그래서 국가영장류센터는 국내 유일의 무균 원숭이 시설임을 자랑해 왔다.

그런 시설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사고다. 연구원 변압기의 화재로 정전이 되자 영장류센터의 발전기가 자동으로 가동된 것까지는 정상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사육실의 온도조절기가 이상을 일으킨 것이 문제였다. 섭씨 30도 내외여야 할 사육실의 온도가 50도를 넘었다. 저항력이 전무하다시피 한 무균 원숭이들이 견딜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온도조절기가 고장 난 2개 사육실의 99마리는 모두 죽었다. 전체 200여마리의 절반이다.

같은 조건에서 다른 사육실의 온도조절기는 정상 작동, 이상을 일으킨 온도조절기가 불량임을 입증했다. 또 이상 고온이 두 시간이나 방치된 것은 자동 경보나 사람에 의한 감시 등 2단계 사고방지 체계의 부실을 드러냈다. 6일 만에 사고를 공개한 사후 대응도 한심하다. 전면적 불량, 부실이다.

떼죽음을 당한 무균 원숭이들은 의학, 생명과학 연구에 불가결한, 소중한 ‘기자재’다. 그런 국민 재산이 관리부실로 사라졌다. 더욱이 어쩔 수 없이 실험에 쓰고는 있지만 무균 원숭이는 살아 있는 생명체다.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외경과 배려가 있었으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사고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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