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0일 이라크 서부도시 라마디에서는 이라크 저항세력 배후조종자인 알 자르카위(39·사진)를 체포하기 위해 첩보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긴박한 추격전이 벌어졌다.
미군은 간발의 차이로 자르카위를 체포하는 데 실패했지만 이 과정에서 자르카위의 노트북 1대와 현금 10만 4,000 달러(약 1억 400만원)를 압수하고 라마디의 안가를 확인하는 등 적잖은 수확도 거뒀다.
요르단 출생의 자르카위는 이라크에서 미국인 등을 납치해 참수하는 등 수십 건의 테러행위를 저지른 주범으로 지목돼 2,500만 달러(약 250억원)의 현상금이 걸려 있다.
이날 추격전은 미군의 추적전담 626부대가 자르카위 내부조직의 정보원으로부터 팔루자에 있던 자르카위가 라마디에서 열리는 저항세력 비밀회의에 참석한다는 첩보를 입수하면서 시작됐다. 미군은 첩보 입수 직후 비밀작전에 돌입, 이 도시 주변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공중에는 무인정찰기 프레데터를 띄웠다. 그러나 자르카위가 탄 픽업트럭이 검문소에 도착하기 전 승용차가 먼저 검문에 걸리면서 작전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의심많기로 소문난 자르카위가 미군의 검문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승용차를 미끼로 사용한 것이다.
체포작전을 눈치 챈 자르카위는 바로 검문소 800m 앞에서 반대 방향으로 트럭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미군은 수km 추적 끝에 가까스로 트럭을 세웠지만 이미 자르카위는 사라진 뒤였다. 조사 결과 그는 트럭이 도주해 다리를 지날 때 밑으로 뛰어내려 숨어 있다 미군이 지난 뒤 라마디에 있는 안가로 피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군은 뒤늦게 이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안가를 급습했지만 주인을 체포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자르카위를 눈 앞에서 놓쳤지만 미군도 성과를 올렸다. 트럭에 타고 있던 자르카위 최측근 2명을 사로잡아 내부정보를 챙겼다. 이들은 ‘아메드 아부 우트만’과 ‘탈리브 아부 쿠타이바’로 자르카위의 운전사와 보좌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정부는 당시 성명을 통해 자르카위 최측근 2명을 체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차 안에서 발견된 자르카위의 노트북 컴퓨터의 ‘내 그림’ 파일에는 자르카위와 관련된 수많은 정보가 저장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리처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은 26일 "우리는 거의 근접했었다"며 "정보력이 더 향상되고 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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