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삶을 돌이켜보면 가족은 든든한 의지처인 동시에 제약이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가족의 구조와 그 의미에 대한 생각이 많았죠. 개인은 결코 가족과 분리돼서 판단될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계 미국작가 이창래(41·사진) 씨는 소설 ‘가족(Aloft)’의 번역 출간을 계기로 27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가족을 소재로 한 작품을 주로 쓰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 이번 작품을 소개해달라.
"미국 가족사회가 겪는 의사소통의 문제를 다뤘다. 통신기술의 발달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기회가 줄어들면서 빚어지는 가족 구성원간의 오해와 갈등을 살펴보고 싶었다."
◆ 전작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소외’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전작들이 미국 주류사회 변방의 이방인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뤘다면 이 책은 주류사회 내부에 있는 소외와 그 극복의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다. 미국 평단이 이 작품으로 하여 아시아계 미국작가라는 인식에서 탈피해 미국 현대작가라는 관점에서 나를 평가해 무척 행복하다."
(그는 작중 인물의 ‘교외생활’과 관련, "교외에서 풍족하게 사는 삶은 조용하고 평안하다는 장점도 있으나 주류에서 고립되고 사회적인 관심이 약해질 수 있다"며 부(富)의 역기능을 언급하기도 했다)
◆ 1인칭 소설을 주로 쓰는데.
"등장인물의 심리묘사 등 본인의 정체성을 섬세하게 전달하기 위한 의도다. 나이 든 주인공을 내세운 것도 삶에 대해 깊이 회고하고 반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에는 등장인물들에 나를 투영시킨 예가 많다. 소설을 쓰는 일은 창작 자체의 즐거움도 있지만, 그 속에 나를 숨기며 드러내는 재미도 있다."
(뉴저지의 교외에 사는 작가는 이탈리아계 부인과 두 아이를 두고 있으며, 그의 부친은 뉴욕에 살고 있다고 한다. 이번 소설의 화자가 이탈리아계 미국인이고 한국계 부인과 사이에 두 아이를 두고 있는 점과 닮아있다)
◆ 다음 작품은.
"한국전쟁 후일담 소설을 준비하고 있다. 전쟁 난민인 여자와 참전군인 등이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겪는 이야기다. 전쟁의 비극성과 사회적 비용, 그 후유증 등이 주제이며 2년쯤 뒤에 선뵐 수 있을 듯하다."
프린스턴대학 창작과정 교수인 그는 요즘 학생들의 특징을 묻자 "영상매체의 영향 등으로 문학에 대한 애정은 줄었지만 작가가 되고자 하는 학생은 오히려 늘었다. 다만 교육에 필요한 튼튼한 문학적 바탕이 결여돼있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씨는 베스트셀러 작가 댄 브라운의 중학교(필립스 엑스터학교) 후배지만 그의 책 ‘다빈치 코드’는 읽다가 말았다고 말했다. "존 그리샴이나 스티븐킹 소설요? 그거 읽느니 TV를 보죠." 그는 친구들과 술 마시고 대화하기를 즐기며, 세상과 교류하는 삶을 추구하는 작가다. 한국어의 말하는 능력은 오래 전에 잃었고, 듣는 능력은 여섯살 수준쯤 된다고 했다.
최윤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